병원 환자 인적사항.
보호자: 심청
환자: 봉사 아버지
현재
안방 안에서 ‘딸깍’ 소리가 들린다. 전등을 켯다가 껐다가. 마지막 소리 뒤로 방 안에서 새어 나오던 빛이 완전히 사라진다. 심청은 연속되는 딸깍이는 소리가 나는 걸 들으며 희망 한 번, 현실 한 번을 느낀다.
1년 전
작년의 그날은 여느 날과 같은 날이었다.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서 서로를 위하는 식사시간. 아빠가 취사버튼을 눌러놓고 자면, 심청은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반찬을 만든다. 처음에는 계란프라이에 계란 껍데기가 들어가길 다반사였지만, 된장찌개 정도는 너끈히 끓일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아빠가 냉장고에 넣어둔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감자와 호박을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엄마가 그랬을 아침. 지금과 같았으리라. 냉동실에 썰어둔 대파를 찾으며 다시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 대파 어디 있다고? 꼭 넣어야 해?" 주재료가 아닌 것 하지만 없으면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없게 하는 것. 우리 집 대파는 누굴까?
그렇게 밥을 나눠먹고 어제와 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반도체 공장으로 출근하는 아빠. 그날은 아빠의 점심시간에 맞춰 전화까지 한 날이다. "아빠 오늘 나 동기들 모임이 있어서 밤 9시쯤 들어갈게. 알겠지?" 아빠의 대답을 들은 것도 듣지 않은 것도 같다. 정말 내 말만 하고 끊은 것 같다. 만약 끊지 않았다면, 아빠의 다정한 말을 한번 더 들을 수 있었을까? 온통 나를 걱정하는 그의 다정한 말을.
동기모임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니 이상했다. 아침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집안. 개수대에 다 마른반찬 용기들을 식탁으로 잠깐 옮겨 놓았는데 아직도 그대로이다. 보통 먼저 퇴근한 아빠가 저녁을 먹으며 치웠을 텐데 아직도 그대로 인 채였다. 하지만 약간의 취기에 깊은 생각을 이어가지 못하고, 욕실에 들어서며 옷을 겨우 벗고 씻는다. 핸드폰에 배터리가 다 닳은 것도 모르고 까무룩 잠에 들었다.
밥솥이 칙칙 거리며 일하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평소라면 알람소리용으로 맞춘 노래의 끝 소절까지 듣고 일어나는 나이지만, 이상한 기분에 잠에서 한 번에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