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by step woo~~baby.”
New Kids On The Block(NKOTB), 나의 오빠들의 노래가 세상에 가득할 때, 멤버 중 가장 잘생겼다며 인기가 최고였던 조던 나이트, 학급의 반 이상은 그의 팬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보다 그의 형 조나단 나이트를 좋아했었다. 내가 그를 좋아하던 특별한 이유가 있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조던 나이트 팬인 친구들을 향해 묵묵히 외쳤다. ‘난 조나단 나이트가 좋다.’
한참 지나 서태지와 아이들이 한반도를 뒤집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서태지에 열광할 때 난 이주노를 응원했었다. 희안하게 메인보다 한 발 비껴난 서브를 응원하게 되는 이상한 심리.
이후 내내 이어진 나의 서브에 대한 사랑. 드라마를 봐도 영화를 봐도 서브 남주에게 마음이 쏠리는 기이한 현상. 여주만을 바라보지만 사랑에 성공하지 못하고 여주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는, 슬퍼하는 모습이 아련하기만 한 서브남주들. 나는 아무래도 한 발짝 물러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몇 년 전부터는 “붐붐 쉐키리 붐”을 외치는 붐, “호롤로로로로로” 오만 깨방정을 떠는 김호영, 남들이 보건 말건 코를 파고, 밥 먹고 나서 소매에 입을 쓱 훔치고, 멀쩡한 차를 초록색으로 도색하는 기안84. 왠지 난 그들이 좋다. 그들이 방송에 나오면 엄마 미소를 띄며 흐뭇하게 ‘잘하고 있어~.’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밝히자면 난 B급이 좋다. 그들이 들으면 ‘내가 왜 B급이야?’ 하며 화를 낼지도 모르겠네. 난 단지 옆집에 살 것만 같은, 동네에서 츄리닝 바람으로 걸어다닐 것만 같은,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도 스스럼없이 말걸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친근함이 그들에게 묻어나기에 그들을 B급으로 정의한다. 가까운 친구를 바라보는 마음이 든다.
방송사가, 기획사가, 사회가 만들어 낸 찍어낸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은 아니지만, 틀에 박히지 않아 조금은 다른, 조금은 독특한 그들이 좋다. B급이 만들어낸 문화가 있어야 세상은 오직 한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주류라는 넓은 호수에 돌맹이 하나라도 던져넣고 싶은 소심한 마음이랄까?
갖은 루머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 알고 있고, 한때 그들이 행했던 찌질하고 못난 일들도 알고 있지만, 지금 현재 그들의 모습을 보면 과거의 일들을 딛고 일어선 모습을 응원해주고 싶다. 남들과 다르지만 자신의 색을 잃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행보를 지켜보고 싶다. 나아가서 비주류에서 주류가 되었을 때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화는 A급을 취하다 B를 찾고, B가 다시 주류가 되는 시대가 오기 마련이다. B급이 결국 A급으로 성장해가는 구조니까.
오늘도 나는 새로운 B급을, 서브를 찾는다. 힘없고 약해보이지만 세상에 꿋꿋이 발을 디디고 버텨내며 소소한 관심과 사랑으로 잘 살아내는 그들이 마치 나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