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처음이라
자식농사를 잘 지어야 노후가 편안하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 나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 자식농사를 잘 지어야 하는 걸까?
엄마라는 존재가 된 이후로 아주 가끔, 몇 번 손에 꼽을 정도로 속상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렸을 때에는 아이가 극심한 변비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면서 엉엉 우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고, 아이가 조금 커서 말을 아주 잘하게 되었던 유치원생 즈음에는 펄펄 끓는 고열과 지독한 몸살이 동반되었던 독감에 걸렸을 때 정말 그 감기 내가 다 가져와서 대신 아파주고 싶을 만큼 가슴이 아팠다.
오늘은 엄마로서 정말 마음이 힘든 하루였다. 휴직을 하면서 아이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어 잘한 일이라 생각하며 며칠 전에는 6개월을 더 연장했던 터라 오늘이 더욱 힘겹게 느껴진다.
우리 아이는 안 그러겠지...라는 오만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음을 오늘 깨닫게 되었다. 아이 핸드폰에 데이터를 리필해 주려다 우연히 보게 된 카톡이 화근이었다. 아니, 보길 정말 잘했다. 오늘 아침, A라는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 캡처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캡처 사진을 클릭해 보니 우리 아이가 A에게 “너네 엄마 없어. 너는 OO이고, 너네 엄마 없어”라는 말을 보낸 것을 캡처한 내용이었다. 사진의 앞이나 뒤에는 그 어떤 말도 없이 달랑 캡처 사진 한 장뿐이었다. 한동안 머리가 멍해졌고, 일단 사실 확인부터 해야겠다.
게임을 하고 있던 아이를 불렀다. 그래, 차분하게 물어보자. 차분하게 앞 뒤 상황을 물어보자. 분명 차분하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추궁하는 나의 말투에 아이는 세 번이나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한다. 아! 이게 아닌데... 일단 다시 진정하고... 후... 왜 그런 말을 하게 된 건지 물어보았다. 그 아이가 먼저 그렇게 말했단다. 그런데 내 아이 핸드폰에는 예전에 대화했던 카톡이 없었다. 지웠다고 한다. 이런... 그럼 그 아이는 왜 덧붙이는 말도 없이 캡쳐본을 보냈을까? 아무래도 A라는 아이의 엄마가 확인하고 보낸 것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A라는 아이가 먼저 했다는 증거도 우리에게는 없을뿐더러, 그렇다고 한들 같이 맞장구쳐서 그런 말을 내뱉은 우리 아이가 잘못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학교 폭력으로 접수될 수도 있겠구나. 그러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아이부터 진정시키자. 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쓴 그 말들은 A라는 아이에게는 충격이고 상처일 수 있다고, 상대방이 먼저 그렇게 말했다면 너는 그러지 말라고 말을 했어야 했고, 똑같이 대응하면 안 된다고. 그런 말을 보낸 사실은 대화창을 나간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잘못한 일이라고.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린다. 아이는 나와 대화를 나누고 사과의 문자를 보냈다.
아이가 학원에 가고 나서 혼자 있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사랑을 듬뿍 주고 대화도 많이 하며 많은 시간도 함께 보내려고 노력하는데, 아이가 크는 일은 정말이지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유튜브 탓도 해보고, 게임 탓도 해보았지만 결국 내가 더 노력하지 않은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고 무겁다. 내 맘 같지 않은 아이의 마음... 이제 5학년이 되고 6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 이런 일이 자주 생기겠지? 엄마가 처음인 나는 앞으로 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