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책_2023.04.02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몇 년 전인가. 너무도 오래된 기억이지만 골프라는 것을 배워봤다. 내게는 골프라는 것이 그저 먼 나라 스포츠가 될 줄 알았지만 주변인들부터 시작해서 회사의 임직원들까지 아주 친숙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지인들의 강한 압박과 호기심으로 배우기 시작한 골프는 약간은 곤욕이었다. 공을 맞추기 위해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와 허리로 한껏 휘두르고 나서 집에 오면 늘 여기저기 쑤시는 고통을 맛봐야 했다.
“힘을 빼셔야 합니다.”라는 선생님의 말은 방향을 잃고 날아가는 공처럼 희미해져 갔다.
“공을 보고 탁 치면 되는 거 아이가?”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아닌가 싶다.(물론 아버지는 골프의 ㄱ자도 모르신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이번에 펼쳐본 마법의 책은 내게 이런 답을 주었다. ‘뭐지? 내가 바라는 것에 대해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었나? 심각한 것과 간절한 것은 틀린 건가?’라는 생각으로 또 생각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생산직 업무를 시작했을 때 나의 몸 여기저기는 항상 다양한 파스로 덮여있었다. 어떻게든 빨리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눈, 팔, 다리, 허리 모든 곳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머릿속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과부하가 걸리고 있었다. 그런 업무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몸과 마음, 정신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피로감을 상쇄시키기 위해 약을 찾기 시작했고, 건강보조제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축 쳐진 몸을 끌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씻을 겨를도 없이 소파에 걸터앉는 모습. 그리고 생기 없이 껌뻑거리기만 하는 눈.
이런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와이프 입장에서는 내가 사달라는 보조제들을 안 사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작업을 함에 있어서 몸에 힘이 빠지고, 생각의 무게를 줄이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쓰는 글에서는 어떨까?
전문적인 지식도 경험도 없는 나, 무엇을 써야 했을까?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글을 따라가려 하지 않았을까? 그저 뭔가 있어 보여 야한다는 생각으로 내 글이 점점 무거워지진 않았을까?
많이 써야 하고, 많이 좋아 보여 야한 글을 쓰려하지는 않았을까?
이번 마법의 책은 내게 힘을 빼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냥 나다운 생각으로 업무를 하고, 그냥 나다운 생각으로 글을 써보라고 하는 것 같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점점 비만이 되어가는 것 같다. 덕지덕지 붙은 필요 없고 쓸데없는 살들과 생각의 무게를 줄여보고, 가볍게 만들어보자. 심각한 생각만이 좋은 것은 아니고, 가벼운 생각이라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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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브런치를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의 글을 모두 읽으셨다고 한다. 왠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글도 엄마가 읽고 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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