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책_2023.04.16.일
“앞으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출근하는 시간과 다름없이 깬 일요일 이른 아침.
며칠 동안 계속되는 뿌연 미세먼지.
다른게 있다면 부지런히 오가는 자동차들이 별로 없다는 정도뿐인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다.
보통의 일요일 아침이라면 나는 와이프와 함께 별다방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좋아하는 푸딩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어떻게 글을 써 내려갈까? 고민하거나, 오늘은 어떤 사람들이 이 카페를 방문할까? 하며 작은 눈치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손님과의 약속으로 공방에서 이른 아침부터 일하고 있는 와이프를 생각하면 이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다행히 처제가 함께 해주고 있어 무거운 마음이 약간은 덜어지는 느낌이다.
옆에서 쉬지 않고 떠들어주는 와이프의 백색소음(?)이 없으니 조용한 공간에서 잘 써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무언가 허전한 마음에 먹었던 밥을 또 먹고, 게임을 열어 멍하니 손가락만 움직여보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와이프는 지금 나의 모습을 보지 않고도 처제에게 형부는 뭐 하고 있을 거야~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신서유기를 크게 틀어놓고, 글을 쓰고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신서유기는 시즌3 아니면 시즌4 일걸!~”
그렇다 나는 몇 번 아니 몇십번은 본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내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보며 느끼는 재미도 있지만 봤던 것을 보며 그저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지루한 생활인 것 같지만 이성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좋은 느낌이 있다.
“앞으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번 마법의 책은 내게 이런 글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일이라는게 새로운 것인지, 그동안의 익숙한 것들 중에 새로운 무언가인지 알 수는 없겠지만 왠지 느낌이 좋다.
혹시나 며칠 전 좋은 꿈을 꾸어 퇴근하자마자 와이프의 손을 끌고(산책이라는 좋은 이유) 가서 산 로또가 흥미로운 일일까 해서 바로 확인해 보지만 역시나 처참한 결과이다.
내가 바라는 것 중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것이었으면 좋겠지만, 지금 나의 삶이라는 연못에 아주 작은 돌멩이만 던져지더라도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바다는 인생이다.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소용돌이치며 밀물과 썰물처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곧 잔잔하게 빛을 담아 환하게 빛나는 것. 우리의 삶도 그렇게 소란하게 흐른다.
며칠 전 구입한 ‘모든 삶은 흐른다’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의 삶도 흥미롭지만 편안한 것들로 가득해지기를 꿈꿔본다.
큰 창을 통해서 바라본 북한산과 이름 모르는 작은 산들이 얇은 커튼에 가려진 것처럼 보이는 희뿌연 일요일 오후에 나는 내 삶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을 하고 있다.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염려도 되지만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너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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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의 쉬지 않는 쫑알거림과 ‘뚱띠~’하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 와이프의 백색 소음은 절대 떠드는 것이 아닌 쫑알거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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