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책_2023.05.14.일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그렇게 피곤한 일주일은 아니었지만 오늘 아침 나는 무척 온천물이 그리웠다. 전날 저녁에 와이프와 함께 온천을 갔다가 어딘가의 카페로 가서 글쓰기를 하기로 했다. 이런 작은 습관은 언제나 무너지기 마련이다.
무엇인가를 이루어 내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 얼마까지만 하면 된다고 한계점이 주어진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것을 해냈다’ 보다는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다’라는 지점에서 많은 것을 멈추었던 것 같다. 결과를 봤던 것보다는 결과를 보기 조금 전 지점에서 ‘이만큼이면 되겠지’ 하며 스스로 만족했던 것들이 많다.
끝까지 가보지 못했던 것들 중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책 읽기였던 것 같다. 완독이 다가오는 그 순간에 꼭 의도치 않은 일들이 생기게 되고 읽기를 멈추게 된다.
-그리고 잊혀진다.-
전혀 생뚱맞은 꿈을 꾸게 되고, 그 노력의 시간 중에 첫 구간인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머릿속에 생각나는 순서대로 글을 써 내려가고 ‘이 정도면 괜찮은 글이야.’라며 스스로 만족해하며 글을 올렸다. 시간이 지나고 좀 더 나은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에 글쓰기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기억하지 못하면 읽은 것이 아니다.-
라는 구절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여러 가지 책을 읽어보고 어떻게 쓰는 것이 읽기 편한 것인지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많이 읽었지만 어느샌가 나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하얀 것은 종이이고, 까만 것은 글씨니까 알아서 잘해보세요’ 라며 떠들고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한동안에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몰라 헤매게 되고, 쓰는 것이 싫어지기도 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글을 써보고 있지만 내 눈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나오고, 써지는 글들이 미워진다.
어떻게 고쳐야 할지 수정해야 할지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저 포기만 하지 말고 꾸준히 써보자는 첫 다짐을 떠올리며 지금도 어느 카페에 앉아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
오늘 이른 아침에 펼쳐본 마법의 책에서 나온 문장이다. 어려워서 포기했고, 하다가 어떤 다른 일들로 인해 잊혔고, 이쯤이면 되겠지 하며 스스로 결론 내버리고 끝냈던 수많은 일들이 생각났다.
이런저런 결과를 내지 못하고 흘러온 삶인 것 같아 후회가 많이 된다. 많은 노력들이 의미 없이 허공으로 사라졌고, 많은 시간들이 의미 없이 흘러가버렸다. 그리고 점점 이런 삶에 익숙해져 갔다.
와이프를 만나게 되면서 이런 삶의 늪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강요와 비슷한 압박으로 새로운 꿈을 찾게 되었다. 지금 나의 글들이 얼마 큼의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미운 놈, 이쁜 놈, 사랑스러운 놈들이다. 그리고 추억들이다.
쓰면 쓸수록 어려워지는 이 글쓰기가 많이 고민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해 주고, 반복되는 일상들을 새로움으로 두근거리게 해주는 가치 있는 습관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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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들을 가장 냉정하게 평가해 주는 이는 와이프다.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때마다 좌절하고, 올리지 말까 하고 고민해 보지만 매번 편집해 주고, 첨삭해 주는 이도 와이프다. 그런 와이프가 피곤하다며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온천을 가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할 말은 많지만 그녀의 쫑알거림은 어떤 무기보다도 내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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