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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용 May 21. 2023

마법의 책_2023.05.21.일

‘장난스럽게 시도해라’

주말이나 휴일에는 낮잠을 거의 자지 않는 편이지만 어쩐지 이번 토요일에는 잠이 쏟아져 소파에 누운 채 잠시 꿀잠을 잤다. 개운하기가 어떤 잠보다 좋은 것 같다.


전날에 낮잠으로 시작해서 오늘 아침 약간은 늦은 시간(Am6시)까지 자고 난 후 섭씨 39도의 따뜻한 온천탕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온몸의 세포들이 활기를 되찾는 것 같다.


다만 너무 제각각으로 활기를 되찾다 보니 몸과 머리가 따로인 것 같은 느낌이다. 머릿속은 과거의 어떤 일들부터 현재의 어떤 일을 지나서 미래의 어떤 일들까지 애써 떠올리며 난장판이 되고 있다.


이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때를 밀어야 한다. 한 땀 한 땀 떨어지는 때를 바라보며 무아지경으로 떼수건으로 이곳저곳을 밀고 있노라면 머릿속은 금세 하얗게 백지상태가 되어버린다.

깨끗한 물로 몸을 헹구고 나면 머릿속도 함께 깨끗해진 것 같다. 이 순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사우나에 들어가 더운 증기를 한껏 받아들이고 다시 땀으로 배출해 내면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잔뜩 열린 땀구멍이 닫힐세라 약탕이라고 하는 곳에 들어가 한껏 한약 맛을 몸으로 느껴본다. 이때쯤이면 슬슬 뇌가 정돈되는 것 같다.


아무 생각 없던, 혹은 너무 많은 생각으로 복잡했던 뇌를 안정시키고 나면 온천탕의 화룡점정인 암반수탕에 입수한다. 심장이 쪼그라들고 덩달아 뇌도 한껏 딴딴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 든다. 어딘가 흩어져있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것을 두 번 정도 반복하고 나면 어느새 와이프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어간다. 늘 10여분 정도 늦지만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평상시보다 더 가볍고 깨끗한 뇌를 가지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거창한 준비 단계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나름 상쾌함이 조금씩 묻어있다.


자동차들도, 사람들도 한적한 이른 아침에 바삐 움직이고 나면 뭔가 하루가 좀 더 길어진듯한 느낌이 들고, 아까운 일요일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둔 것 같아 많이 뿌듯하다.


‘장난스럽게 시도해라’


마법의 책에서 보여준 문장이다. 장난? 너는 지금 내가 장난하는 거로 보이니?라고 따져보고 싶지만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 않는가, 책에다 화를 낼 수도 없고, 내게 필요한 일이어서 이런 글을 보여줬으리라 생각해 본다. 다행히 온천욕을 한 덕분에 이렇게 상쾌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고마운 생각이 든다.


글에 대해서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나?

 아니면 다른 도전에 대해서 시도하기를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나?

모르겠다. 좀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좀 더 많은 독서량이 필요하다는 것만 느껴질 뿐. 글이라는 것을 위해서 무엇을 해줘야 할지 아직 많이 모르겠다.

그냥 장난스럽게 슬쩍 한번 저질러봐?라는 생각이 드는 도전이 있긴 하지만 시간이 많다는 핑계로 살짝 미루고 있다.


이런 문장이 나온 김에 오늘부터 다시 한번 준비를 해봐야겠다. 장난스럽게 시도해 보라는 말뜻은 정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힘을 빼라는 것인지, 긴장하지 말라는 것인지, 그냥 시도해 보라는 말에 의미를 두고 예전부터 생각했던 글들을 다시 한번 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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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탕에 앉아 언제 즘 차가운 암반수에 들어갈까 하고 고민할 찰나에 갑자기 숨이 탁 틔이는 느낌이 들었다. 미세먼지와 회사의 먼지로 갑갑했던 호흡이 너무나 편안하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기분을 즐기고 싶어 조금 더 앉아 탕에서 올라오는 미지근한 증기를 느껴본다. 이런 신선놀음을 하고 나니 문득 떠오른다.


조금 오래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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