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책_2023.06.06.화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일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딱 어울리는 문장일까? 마법의 책에서 나온 이 문장은 나의 마음에 깊은 아쉬움이자, 딱 맞음으로 다가왔다.
무엇을 위한 책상인지도 모르고, 갈길을 잃고 지저분하기만 한 책상 위에서 발견한 책으로 장난 같은 글을 써보려 마음먹은 지 벌써 10주가 넘어간 것 같다.
부족하고 따분한 글솜씨를 벗어나려고, 무엇을 써야 할지도 모르고, 조금씩 글쓰기가 싫어지려 할 때에 고맙게도 다가와준 책이자, 친구였다.
어떤 문장으로 내게 대답을 내어줄까? 하는 설렘으로 책을 펼치면 참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하루종일일 때도..) 그 문장에 대해 생각해 보고, 생각과 문장을 연결해보려 했다.(물론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글이라는 것을 써보기 위해 나름대로 발악을 하는 거라 생각하며 토요일 아침이면 펼쳐보던 이 책과 헤어지려 마음먹었다.
‘언제까지 이 책으로 우려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제는 좀 식상해졌어’라는 속마음을 어떻게 이쁜 글로 포장해 볼까 고민고민해 보지만 먼 북한산만 바라보며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비가 올 듯 말듯한 하늘과 회색빛으로 느껴지는 창밖의 풍경이 딱 이별하기 좋은 날씨인 것 같다.
이번 마법의 책은 내게 이런 글을 보여줬다.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일이 될 것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이 글을 보니 너무나 감사했다. 이 책 덕분에 매주 글을 쓰게 되었고, 매주 고민하게 되었고, 매주 행복했다.
더 이상 무슨 말과 글로 이 문장을 꾸며낼 수 있을까? 어떻게든 형용사와 부사들을 억지로 붙여가며 써보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 문장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마지막에 어울리는 문장으로 내게 완벽한 이별을 건넨 이 마법의 책에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이렇게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시간들이었고, 내게는 아주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시간들이었다.
얼마 전 마트에 다녀왔을 때 와이프가 사준 칵테일이 한병 있다. 딸기맛이 달달하게 느껴지고 톡 쏘는 라임주스의 상큼함이 사라질 때쯤 살짝 올라오는 럼주의 향이 무척 부드럽게 다가오는 칵테일이다.
다이키리라는 이름을 가진 칵테일이다. 헤밍웨이가 퇴근시간에 즐겨 마셨다고 한다. 오늘 하루는 이 녀석과 함께 이별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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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 글은 종이와 펜을 이용해보려 한다. 한동안 노트북만을 이용해 글을 쓰다 보니 놓친 무엇인가가 보였다. 내가 애지중지하던 펜들과 종이들... 그렇다고 거창한 것들은 아니지만 그저 A4종이와 펜들에 불과하지만 다시 한번 이 녀석들을 괴롭혀보려 한다.
아실만한 분들은 아시는 녹색육각연필이 나를 많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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