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살던 곳에는 개천이 하나 있었다.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구정물이었고, 검은 진흙이 개천과 땅의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개천가의 너른 황무지는 어릴 적 친구들과의 놀이터였고, 개구리, 메뚜기, 잠자리 등을 채집하던 생태공원이었다.
지금은 잘 볼 수 없는 제비들도 낮게 혹은 높게 날며 휙휙 지나다니고, 꿀벌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는 무궁화꽃 주변을 날아다니며 꿀을 따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지금은 잘 볼 수 없는 벌들을 보면 그때 왜 그렇게 이 불쌍한 꿀벌들을 잡았는지 후회스럽다.)
어른들은 조심하라는 경계의 의미인지, 실제로 그런 일들이 많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 개천을 매우 위험한 곳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사고로 많은 어린애들이 빠져서 생명을 잃었다고 했다.
어두운 그 개천은 어린 우리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무서운 곳이었으면서, 골목길 다음으로 친근한 곳이었다. 아직 본가는 그곳에 있다. 조금씩 발전해 가면서 동부간선도로가 생기고, 마치 한강다리들처럼 여러 교량들이 생겨났다. 주먹야구를 하던 그 자리는 차들이 쌩쌩 다니고, 어두운 진흙이 있던 곳에는 수영장과 공원 등으로 변했다. 역겨운 냄새가 나고 거의 검은색이었던 개천은 강바닥의 흙이 보일 정도로 맑아졌으며, 내 팔길이보다도 길 것 같은 잉어 인지 붕어인지 모르겠지만 큰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위험해서 근처에도 못 갈 것 같았는데 이제 그곳에는 낚시꾼들이 앉아있다.
학교에 갈 때면 항상 지나다니던 곳이었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산책 나가던 그곳이었는데 이렇게 옛 생각을 하며 글을 쓰고자 하니 무척이나 새롭고 그때에 함께 놀던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도 창릉천이라는 제법 큰 개천이 있다.
평상시에는 바닥이 거의 말라있어 개천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지만 제법 많은 비가 올 때면 콸콸콸 흐르는 모습이 제법 기세가 좋다.
이름 모를 잡풀들로 가득 차있던 개천바닥은 보이지 않고, 힘차게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 가슴이 살짝 쿵쾅쿵쾅 뛰는 것 같다. 이런 물에도 물고기 있을까 하는 생각에 유심히 바라보기도 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 기세를 유지하며 흘러갈까 고민해보기도 한다.
무미건조하게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 것 같은 내 인생이 말라버린 개천 바닥과 같고, 그래도 며칠 동안은 저렇게 좋은 기세로 흐르는 모습을 보면 내게도 저런 모습이 오려나? 있었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생각이 떠오른다.
원래는 이번글은 한강에 대해서 쓸 생각이었다.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는 와이프가 양꼬치를 사준다며 만나기로 한 구파발역을 향해가는 730번 버스 안에서 우연히 바라본 창릉천을 보며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 이렇게 방향을 틀어버렸다.
은평구와 고양시를 나누는 창릉천에서 중랑구의 중랑천까지 생각이 이어지며, 옛 생각과 옛 친구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정말 반백살이 다되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옅은 미소가 띠어진다.
이제 얼른 나가야겠다. 와이프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벌써 15분이 늦어졌다. 온천에 가만히 몸을 기대어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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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조용한 네 흐름은, 작은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네, 큰 바다로 가는 길은 멀지만, 작은 개천은 행복을 안겨주네, - AI가 찾아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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