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오도시 鹿威し(ししおどし).
사슴이 놀란다는 뜻이라고 한다.
대체 이게 무슨 단어이고 뜻인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는 이 단어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나는 일본 여행을 할 때마다 꼭 시시오도시를 찾았다. 큰 정원에, 작은 정원에, 혹은 어느 건물 앞에 있는 이것을 볼 때면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푸른 풀숲 사이에, 커다란 바위 사이에서 흐르는 작은 물을 담아내는 대나무 통과 물이 가득하여서 아래로 다시 흘려보낼 때 들려오는 딱. 딱. 하는 부딪힘의 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른다.
처음 이 장치를 본 것은 HITA라는 어느 관광지에서였다. 아내와 함께하는 빠듯한 일정의 여행이었다. 여유로운 물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집과 집 사이에 만든 인공의 개울에서도, 작은 냇물에서도, 큰 개천에서도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흘렀다.
우리가 예약한 작은 호텔에 짐을 풀고 근처를 둘러보기 위해 나선 문 앞에 이 작은 장치가 있었다. 아내는 목적지를 찾기 위해 지도에 집중하고 있고, 나의 눈은 딱. 딱. 소리를 내며 왔다 갔다 하는 대나무 통과 그 통에 졸졸 맑은 물을 담아주고 있는 물줄기에 눈을 뺏기고 말았다.
처음에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과 대나무 통의 외형에 빠져들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딱. 딱. 부딪히는 맑은 소리 때문에 머릿속이 멍해졌다.
점점 최면에 걸리는 듯하였다. 한참이나 넋을 잃고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아내는 지켜봤다고 한다. 이 장치에 홀려버린 나는 일본의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 이것을 찾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 장치인지, 물인지, 아니면 그것을 담아내는 정원인지 모르겠다. 그저 한적한 어느 장소에서 주는 정중동의 매력에 흠뻑 취해서 찾는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편해지는 것 같다.
나는 가끔 이 시시오도시를 찾으려 했다. 나의 검색 능력이 부족해서였는지 얼마 전에 이름을 알게 되었고, 오랜만에 유튜브를 통해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감상했다. 여행에서 만났을 때는 왜 직접 촬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가득한 마음으로.
지금 나의 여행 욕구는 발끝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가득 찼다. 이런저런 이유와 회사의 사정으로 가지는 못하고, 예전의 추억을 떠올려보기만 한다.
몸으로 하는 일은 단순하지만, 마음의 일이 점점 복잡하고, 머릿속이 많은 생각으로 가득한 것을 보니 내게도 여유로움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한적한 정원에 앉아 시시오도시를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을 생각한다. 배경음은 유튜브로, 배경 화면도 유튜브로.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시시오도시는 산사에서 들짐승들을 쫓아내기 위해 만든 용도였다고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고 좋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용도지만 뭐 어떤가? 내가 좋아하고, 그것으로 인해 작은 힐링을 느낄 수 있다면 그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