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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Apr 21. 2023

영조의 강박증, 편집증은 MBTI 탓이다?

ISTJ? INTJ? ISFJ?

 넌 존재 자체가 역모야! 울화?  왜, 차라리 미쳐서 발광을 해라,  이 자식아!! - 영화 <사도> 중에서


이는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에게 퍼부은 막말 대사이다. 장남 효장세자를 잃은 뒤 41세가 되어 얻은 금지옥엽  자식에게 이런 말을 던지다니? 왜? 아무리 왕이라고는 하지만 아버지가 아닌가?


"재위 내내 떼어낼 수 없었던 경종 독살설?"

"천민 출신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콤플렉스?"

"자신을 왕으로 밀어준 노론의 압박?"


이와 같은 꼬리표들은 최장 재위 기간인 52년 동안 끝끝내 떼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아들과의 불화와 '임오화변'이라는 비극은 예정된 수순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고난 성향 즉, MBTI와의 연관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영조실록'을 읽는 내내 그는 누구보다도 성격이 확실하고 분명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논리적 사고형인 'T'와 철저한 계획형 'J'가 여기저기 묻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감정형 'F'가 아닐까 착각이 들만큼 눈물 연기에 강한 모습까지 참으로 입체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단서들을 통해 그의 MBTI를 찾아가는 일은 함정에 빠졌다가 다시 나오기도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분석하면 할수록 진심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선의 21대 왕이자 이복형 경종의 왕세제에 책봉되었다가 노론의 지지를 기반으로 22대 왕위에 오른 인물 영조, 그의 MBTI는 무엇일까?



 

ISTJ? INTJ? ISFJ?

의견이 쉽게 모이지는 않았지만 내향적 "I"와 계획형 "J"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머니 숙빈 최 씨가 무수리 출신 후궁이라는 점과 왕위에 오른 장희빈의 아들 경종 때문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 수밖에 없었던 어린 연잉군인지라 내향적이고 조심스러운 성격을 차곡차곡 키웠을 것이다.


그리고 경종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서른한 살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영조에게는 앞서 이야기한 꼬리표가 계속 따라붙었다. 그 때문인지 하루 24시간을 계획적으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지낸 왕으로도 유명하다. 공부도 열심히, 정무도 최선을 다 해가면서 그것들을 떼어내기 위해 부단히 도 노력했을 것이다. 평생을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행동들은 지나친 루틴이 되었다.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어야 했고, 공부 역시 부담스럽도록 많이 했다. 12시간 정무를 보면서도 일부러 딱딱한 의자에 꼿꼿한 정자세로 임하여 자기학대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영화 <사도> 중에서 (출처 : 다음 영화)
-틀에 짜인 조직에서 주어진 임무를 철저하게 완수하려고 노력하며 규칙을 잘 지킴
-결벽증이 나타나기도 함
-정리정돈에 집착하기도 함

ISTJ의 특징 (1)

혜경궁 홍 씨는 "한중록"에서 영조에 대해 '죽을 사(死)'와 '돌아갈 귀(歸)'는 꺼려하여 쓰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신하들과 회의 때 입었거나 정무를 볼 때 입었던 옷들은 부정한 기운이 있다 하여 방에 들어가기 전에는 갈아입었다. 안 좋은 이야기를 말하거나 들었을 때 입을 헹구고 귀를 씻어내는 등 시간이 갈수록 혹독한 루틴을 세워 자신과 주변을 옥죄였다.    


바로 이 대목에서 영조는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ISTJ '잇티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잘 못하며, 자기 자신 평가에 냉정한 스타일, 딱인 것 같은데...?!



임오화변의 원인은 ISTJ 부모의 양육 스타일 때문이다?


-건강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속해 있는 소속 내의 사람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가까운 아랫사람들에게는 매우 꼰대스럽게 보인다.
-실수한 것을 참지 못하며 즉각 수정하기를 원한다.

ISTJ의 특징 (2)

물론 영조는 83세까지 조선 시대 임금 중에서 가장 오래 살았을 정도로 건강했다. 이는"요란스러운 말, 의상이나 허례허식을 싫어하며 정갈하게 정돈된 것을 좋아하는" ISTJ성향답게 소식과 규칙적인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 건강과 정신적 건강은 별개의 문제니까 이 부분에서는 영조의 정신적, 심리적 부분과 함께 사도세자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잇티제 성향의 부모들을 아이들의 개성이나 도덕적 인격 발달보다는 현실적 성공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는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고, 짜인 스케줄대로 사는 듯 보이지만 자랄수록 변해가고, 그저 사춘기여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이가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이며 심지어 자존감까지 강한  ESFP 성향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보자! 바로 사도세자처럼 말이다. 글씨도 잘 쓰고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던 사도세자가 점차 아버지 눈 밖에 날 정도로 삐딱선을 탔던 것은 두 사람의 성향이 너무도 달 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사도> 중에서 - 출처 : 네이버 영화

설계도에 따라 움직였고, 완벽한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싶었던 영조의 계획표에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시작한 셈이라 점차 통제하려 했을 것이고, 막말을 했을 것이고, 미친 듯 노려봤을 것이다. 그럴수록 ESFP 아이는 엇나가 버린다고 한다. 사도세자가 광증을 보인 것처럼.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까지 극단적인 호불호를 보였던 영조였기에, 급기야 아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
-영화 <사도> 사도세자-

슬프게도 남의 정서적 측면까지는 헤아리지 못하여 적절하지 못한 판단을 내리기도 하는 ISTJ 영조는 1762년(영조 38) 윤 5월 13일 아들을 뒤주에 가둬버렸다. 그리고 21일 사도세자는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며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일로 기록되어 회자되고 있다.




[작가의 말]


'균역법'으로 세금 50% 감면을 해주고, 무릎 위에 맷돌을 얹어 뼈를 으스러뜨리는 형벌인 '압슬형'을 폐지하는 등  만백성을 굽이 살피듯 에너지가 넘치고 핵인싸 기질이 충분한 아들의 면면을 귀하게 여겨줬더라면 어땠을까? 노론 신하들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때는 ISTJ 꼰대력을 100% 발휘하면 되지라고 쉽게 말해본다. 나는 붕당정치가 변질된 세상 속 영조가 아니니까 말이다.


하, 인생 참...!


성향이 맞지 않는 아이와의 관계, 사람들과의 협업은 쉽지 않은 일이 맞다. 그러니 억지로 내 틀에 맞추려고 하지 말고, 틀을 깨 보거나 그들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해 보자. 단점이 더욱 크게 보이는 기적이 매일 일어나 '쟤, 왜 저래?'로 괴롭겠지만 '오, 저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로 바꿔 생각해 본다면 일이 잘 풀릴 수도 있고, 적어도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지나치게 혹독한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나 주변의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여유가 없는 것이니까...



[다음 화 예고]

영조의 호불호는 부인에게도 같았다고 한다. 정희왕후를 끝내 투명인간 취급하여 죽은 뒤에도 외롭게 만들었다. 알고 보면 궁에서 화려한 꽃처럼 살았을 것 같은 왕비들 중에는 외롭게 져간 여인들이 많다. 그들 중 한 명을 만나보려고 한다. MBTI가 분명한 그런 인물을 말이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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