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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Apr 15. 2023

변절의 대명사 신숙주가 ENFP라고?

FEAT. 양녕대군 MBTI

역사 인물들의 MBTI 연구에 푹 빠져있는 나는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ENFP’ 찾아 삼만리 중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빙의)'


지도자 유형 ENTJ, 성실하고 창의적인 INFJ 등의 인물들이 대부분인 것 같은 실록에서 엥뿌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MBTI  핵꿀잼 역사 여행은 계속되었다. 왜? 엥뿌삐는 재미있는 일은 못 참으니까... 

아, 참 나는 ENFP '엥뿌삐' 인간이다.



가장 먼저 태종 이방원의 장남 양녕대군에게서 엥뿌삐의 향기가 났다.

단, 온갖 유흥과 향락, 거기에 패륜까지 일삼다가 폐세자가 되었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다만, 제왕 교육을 받는 세자의 24시 플래닝은 본인이 'J'가 아니더라도 따르게 되어 있고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아주 조금만 조심성이 있고, 왕이라는 목표를 위해 진짜 조금만 참을성이 있었더라면 이해심 많던 태종은 양녕을 왕으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ENFP 팩폭> 
집중력이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에 불호하는 일들은 단호박급으로 금방 지루해한다.


외가에서 자란 양녕이 아버지 손에 죽어간 외삼촌들에 대한 감정 이입은 설명할 필요도 없고, 거기에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못 견디는 부분을 감안한다면 엥뿌삐가 분명하다.

하지만 세종 재위 시절 양녕에게서 찾을 수 있는 '가늘고 길게 살기' 스타일의 도발적 삶은 아무리 생각해도 엥뿌삐가 아닌 것 같다.

"방향을 빠르게 바꿀 수 있고 상식을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빠르게 처리하는 스타일'은 전형적인 ESFP이기 때문이다. ENFP들은 이성보다는 감성, 현실을 따지는 것보다는 그냥 해보는 거지 스타일이라 아마도 양녕이 엥뿌삐였다면 아무리 참을성 많은 세종이었어도 신하들 등살에 반역죄로 처형했을지도 모르겠다.


 



엥뿌삐는 정녕 없는 것인가~ 포기할 무렵 “너만 보인단 말이야~” 노래가 윙 윙 거리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는 바로, 『세종실록』에 이어 『문종. 단종. 세조실록』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뿜어대는 세조의 위징 '신숙주'이다. 여러 가지 ENFP 스타일의 행보가 보일 때마다 “심봤다!”를 외치고 싶었고, '신숙주만 보인단 말이야' 현상 때문인지 냉장고 속에는 오늘내일 먹지 않으면 당장 변해버리고 말겠다는 숙주나물이 있었고, EBS 영어 강의에서도 ‘be disloyal(신의를 지키지 않는)’, ‘be unfaithful(믿음을 저버리는)’등의 단어가 흘러나왔다. 


신숙주는 왜 ENFP일까? 

   

<단서 1. 신숙주는 애주가이며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ENFP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감능력이 높기 때문에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재기 발랄한 활동가’라 불리는 스타일로 인싸력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신숙주 또한 집현적 학자들 뿐만 아니라 세종부터 세조까지 모시던 왕들과 잘 지냈는지 구체적인 에피소드도 참으로 많은 인물이다.


늦은 시간까지 집현전에서 책을 읽다 잠이 들어서 세종의 곤룡포를 덮어보는 기회를 겟해버렸고술자리에서 세조의 팔을 비틀어 위기를 맞을 뻔하기도 한 인물이다

성삼문, 박팽년 등의 집현전 학자들과도 우정을 나누었으며, 세조와는 동갑내기로 수양대군 시절 사은사로 명나라에 함께 다녀오며 베프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서장관으로 일본에 갔을 때 이르는 곳마다 그의 시와 글씨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단서 2.>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기개가 모자랐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中)


enfp는 신중한 면이 강하여 사소한 실수와 잘못에도 오랜 기간 동안 후회하며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부분이 있다. 즉, 거절을 잘 못한다. 세조와의 의리와 친분으로 인해 아마도 막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때문에 이후 공신들의 판을 치는 훈구세력의 세상이 왔고, 조선 왕실에 새로운 숙제를 안겼다.


또한 유학자로서 벗들과 함께 충절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하지 못한 부분은 어떠한가? 절친이자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에너지를 발휘하는 인물인 세조의 부탁에 별다른 '놉'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물론 대세는 수양대군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매일 밤 사육신들을 생각하며 이불킥을 했을 수도 있다. 물론 어느 책에도 기록된 곳이 없으므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상상은 자유니까.


아, 그리고 ENFP들은 본인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연애를 시작하면 열정적으로 올인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별에 큰 상처를 받고 쉽게 헤어지지 못하는 성향이 있기에 사실 '놉'을 잘 못하기도 한다. 신숙주는 아마도 자신의 성공가도 속에서 세조에 홀릭했던 것 같다. 현재 사랑에 충실한 엥뿌삐 답게...



숙주나물을 처치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숙주나물은 사고 온 날 먹지 않으면 처치라는 개념이 맞는 것 같다.)

'이렇게 아삭아삭 맛있는 숙주나물 덕에 향후 천년 이상은 기억될 인물이구나! 모로 가도 인싸네 인싸!'


그리고 트레이드마크가 '변절자'라서 많이 억울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알고 보면 신숙주 보다 세조 편에 서서 승승장구한 인물들이 많은데... 성삼문의 처형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정인지와 계유정난을 도왔던 최항, 정창손 등 메인 캐릭터는 따로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세조 곁에서 인싸력을 발휘하다가 대표 변절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 수식어는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광쌤'작가의 말]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누군가가 정해놓은 해석에 멈춰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게 정형된 지식을 뿌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숙주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책을 좋아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 행했을 많은 에피소드들을 모아서 한 번쯤 그를 바라봐도 좋을 것 같다. 거기에는 인간 세조와 욕망 가득한 훈구 대신들이 득실 거릴 테니까... 물론 그들도 다양한 MBTI를 소유한 인간에 불과하다.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다양할수록 좋고, 그런 시각 속에서 객관성이 생긴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예고> 세종실록과 함께 읽어본 영조실록에서 'F'인척 하는 'S' 영조를 발견했다.  그래서 '너로 정했다!' 영조대왕의 MBTI!!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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