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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May 11. 2023

꼰대 어른 ESTJ, '문정왕후'의 실수

좋은 어른과 나쁜 어른

"제가 꼭 딴 맘이라도 품을까 감시하는 것 같아 심히 불편합니다." -영화 <후궁> 대비


영화 <후궁>에서 선왕이자 배다른 아들에게 눈치를 주고, 자신의 아들에게 사사건건 간섭을 하며 수렴청정을 하는 대비는 조선 11대 왕 중종의 왕비이자 13대 왕 명종의 모후인 '문정왕후'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영화 <후궁> 중에서

#악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여인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치맛바람


그녀의 연관 검색어만 살펴보더라도 실록과 야사에 기록된 평가는 최악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실록을 읽을 때마다 성리학적 질서를 가진 사관들이 그녀를 '공공의 적'으로 삼기 위한 결과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녀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조선왕조실록> 속 여인들 중 가장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었던 그녀의 MBTI를 통해 좋은 어른과 나쁜 어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계획적이고 엄격한 ESTJ 유형의 사람이다.


<단서 1. 문정왕후는 왕비가 되고 아들을 왕으로 만들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였고,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문정왕후'는 파평윤 씨의 한미한 집안에서 5남 1녀 중 외동딸로 태어나 어머니 없이 자랐다. 중종의 계비였던 장경왕후가 원자(훗날 인종)을 낳고 7일 만에 세상을 떠난 후 원자의 외삼촌인 윤임의 뒷배로 간택되었는데, 여인들이 교육에서는 배제되었던 사회 속에서 열심히 학문과 교양을 쌓는 등의 노력이 더해졌기에 그녀의 첫 번째 스텝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도록 왕자를 낳지 못하고 딸만 넷을 낳았으니, 34세에 늦둥이 경원대군 (훗날 명종)을 낳을 때까지는 냉정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이 대목에서 자꾸만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배우 전인화가 연기했던 문정왕후의 독기 어린 모습이 떠오른다. 거기에 아들 복성군을 왕위에 세우려던 후궁 경빈박 씨의 "뭬야?" 세례를 견뎌야 했던 그녀의 MBTI는 계획형 빼고는 싹 다 바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단서 2. 문정왕후는 을사사화를 통해 정적들을 제거했다.>


명종은 열두 살의 나이에 왕이 되었고, 문정왕후는 수렴청정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ESTJ 대표 인물답게 타고난 지도자였다. 지시하고, 결정하고, 독려하여 기한 내에 철저히 이행하는 능력이 있었고, 불확실한 미래의 가능성보다는 현재의 사실을 추구하며 모든 과정에 나선 지휘관이었다. 남편 중종과는 다르게 냉혹하고 결단력 있게 국정을 장악해 갔다. 대신들과의 정책 토론에서도 논리 정연하게 의견을 전달하여, 기를 죽이는 일도 많았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중에서 (인종,명종실록)


ESTJ 유형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타인의 감정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무시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행하는 데에 열중하기 때문에 '을사사화'를 통해 인종의 뒷배였던 정적 '대윤 세력' 및 자신의 뜻에 반하는 사림 세력들을 모두 제거해 버렸다. 그런 다음 조회나 경연장에 나서서 현안들을 챙기며, '여주(女主)'라는 말까지 들었던 여인이다.


가능성 없던 아들을 왕으로 만들었고, 태종 이방원에 버금가는 결단력과 지휘력으로 정적들을 제거하면서 세우려던 왕권에 대해서는 인정받을만하다. 슈퍼맘, 그리고 든든한 어른으로 금수저, 옥수저, 다이아몬드 수저까지 다 물려준 셈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아들 명종은 재위 내내 '눈물'이라는 연관검색어를 달고 살았다. 부귀영화와 명예를 모두 받았을지 모르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다.


<단서 3. 문정왕후는 툭하면 왕을 불러 야단을 치거나 때리기까지 했다. >



ESTJ 유형의 사람들은 간혹 별것도 아닌 일에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고 폭발할 때가 있다. 타인의 단점들을 디테일하게 지적하고 즉각 수정하기를 요구하며 화를 내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리고 ISFJ, ESFJ인 감정형 자녀와의 궁합이 좋지 않아서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그녀의 아들 명종이 남 눈치를 많이 보고, 현실은 개떡 같아도 나름 자기 삶에 만족하는 스타일의 'ISFJ'라고 한다면 두 사람의 매일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물론 왕의 뺨을 때리거나 종아리를 쳤다는 내용은 야사에서 전해지는 바이지만 MBTI 궁합으로 미루어 봤을 때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영화 <후궁> 중에서


문정왕후의 가장 큰 책무는 명종을 왕으로서 당당히 자신의 정치를 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키운 아들은 재위 기간 22년 동안 이렇다 할 색깔 없이, 하나뿐인 아들 순회세자까지 잃고 후사 없이 죽어버렸으니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온갖 기록과 매체에서는 그녀의 이미지를 온통 '악녀'이며, 좋지 않은 어른으로 그려내고 있다.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공감 능력이 부족하여 잘잘못만 따지는 어른...

-체면을 중시하고, 존경만 받기 원하는 어른...


즉, ESTJ 최악의 팩폭 단어인 '꼰대'를 장착해 버렸다.


16세기 중. 후반 조선은 꼰대들의 세상이었다. 왜냐하면 권세가들의 탐욕, 수령의 횡포 속에서 가중되는 공납 및 군역의 부담, 을묘왜변 그리고 흉년 등의 재변 등으로 백성들의 세상은 한숨과 눈물 투성이었는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대책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문정왕후 혼자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명종에게 백성들의 삶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 대해 야단쳐야 했다. 반대 세력 제거의 목적도 국력을 키우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함을 보여줘야 했다.  


왕에게도 백성들에게도 어른은 필요하다. 사회라는 정글 속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게 하려면 어른의 역할은 중요하거늘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좋은 사회를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그 틀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고 잔소리만 해대면서 어른 대접만 받고 싶어 하는 꼰대는 결코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잊은 듯 하다.


 



어른이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어른'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직은 미숙해 보이는 젊은이들을 향해 '철이 없다!', '요즘 것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저러나?' 등의 팩폭을 당연한듯 투척해댄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다 같은 어른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

-자신이 배운 세상을 참고로 하되, 현실에 맞게 유연한 사고를 하는 어른

-모범이 되어 저절로 존경받을 수 있는 어른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어른


아들을 위해 그리고 조선을 위해 좋은 어른은 되지 못한 것이 ESTJ 어른 대표 문정왕후의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후 임진왜란으로 조선이 쫄딱 망할 뻔했으니, 당시 대표 정치인으로서 원망은 좀 받아도 되지 않을까?


많은 것들을 물려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참, ESTJ가 모두 꼰대라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 있으니 좋은 어른이 되자는 뜻! 그리고 ESTJ가 아니더라도 꼰대는 무수히 많다. 나도 가끔 꼰대인 엥뿌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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