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창업 군주 이성계는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에게는 한 없이 후하다가도 의견이 점차 갈린다고 생각되거나, 상처를 받게 되면 야멸차게 손절해 버리는 INFJ이다. 그러한 성격 탓에 아들 이방원의 마음에 불을 지폈고, '왕자의 난'이라는 비극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잃어야 했다.
성공가도를 달렸던 이성계였지만 말년만큼은 방 안에서 고독에 파묻혀 몸서리치며 꺼이꺼이 울었을 테니 내가 그였다면 나의 인생에 다른 인물들이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MBTI 궁합표'라도 들여다봤을 것이다.
"INFJ는 ‘ENTP’, ‘ENFP’, ’ENFJ’와 일할 때 잘 맞네!"
자신의 수족이자 자랑이었던 아들 이방원은 불행히도 'ESTJ'였기에 함께 계획하기는 하였으나 여러모로 맞지 않았구나, 이마를 딱 쳤을 것이고, 그렇다면 어떤 인물이 도움이되었을지에 대해 초집중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 예전에 연구했던 영화 캐릭터가 문득 생각이 나서 연결해 보니 무척 흥미로웠다. ENFP 광쌤 답게 역사인물 다 미뤄두고 급발진하여 캐릭터들을 소환해 본다.
"<오징어게임> ENFP 성기훈 "
어디로 튈지 모르고, 마음 가는 대로 팀을 이끄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오합지졸 팀을 생존하게 하고, 최종전에서 승리를 하며 456억을 차지했던 456번 '성기훈'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원래 사람은 믿을 만해서 믿는 게 아니야. 안 그러면 기댈 데가 없으니까 믿는 거지. - 성기훈"
성기훈이라면 이성계에게 때로는 누군가를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한 줌도 안 될 것 같던 흙이 언덕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잘났고, 능력자라고 하여도 위험천만하고 예상할 수 없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세상 속에서는 매번 통하던 것들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성계 눈에는 절대 들리 없는 스타일일 수 있지만 어쩌면 완고한기만 했던 그에게 생각하지 못했던 인간관계의 해법을 줄 수 있는 인물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같은 스타일 사람들만 옆에 두는 것보다는 다른 사고를 하는 인물들을 곁에 뒀더라면 적어도 사랑하는 자식들과 알콩달콩 살다가 원하는 고향 땅에 묻혔을지도 모른다.
"ENFP 스펀지 밥, <이웃집 토토로> 메이, <인사이드 아웃> 조이"
ENFP 성향의 캐릭터들은 인싸 기질과 모험심이 가득하여, 당최 이성계와의 접합점을 찾기 힘들다고 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성계에게 필요한 것은 때로는 계획하지 않았던 모험을 감행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할 줄 아는 능력이지 않나 하는 생각에 감히 태조 옆에서 깨방정을 떠는 스펀지 밥을 상상해 본다.
하지만 스펀지 밥은 최고의 요리사요, 불가능했던 일들을 척척 해내는 기적의 사나이 아니던가!
이성계의 인프제 식 넓은 시야와 합체되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참고 견뎌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ENFP 신숙주는 어떠한가?"
애주가이며,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이별에 큰 상처를 받고 쉽게 헤어지지 못하는 조선 시대 대표 인싸 신숙주가 이성계 곁에서 그리 모질게 굴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단호하게 굴다가는 애정을 주었던 아들도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니 잠시만 '놉'을 멈추시고 마음을 더 쏟아보시라고 말해주었다면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