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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Aug 16. 2023

고종에게 커피의 맛이 단 이유

"고종이 영화 <가비>를 보고 남긴 가상 블로그"

짐은 조선의 마지막 왕이자, 대한제국 초대 황제 '고종'이요.

격동의 시기 속에서 비운의 삶을 살다 갔지만, 많은 이들에게 무책임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어 마음이 착잡하다오.


과인이 좋아하던 음식은 '냉면'이기도 하나, '커피, 와플, 케이크'와 같이 서양에서 들어온 음식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는 것을 그대들도 잘 알 것이오.


커피는 한자로 표현하여 '가비'라고 칭하였다오. 물론 가비에 관한 이야기가 '고종실록'에 등장하지는 않을 거요. 허나 짐이 가비를 즐겼다는 사실에는 이의를 두지 말고 내 글을 읽어주길 바라겠소.


출처 : 네이버 영화

1895년 을미사변으로 중전을 잃고,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해 1년간 머물었던 그때 일 거요.  1896년 아관파천을 떠올렸다면, 맞소. 이 시기에 우리 조선이 많은 나라들에게 이권을 빼앗겼었지. 짐 역시 맘이 편치 않았다오. 핑계 같겠지만 가비의 참맛을 알게 된 것은 이때가 아닐까 하오.


쓰디쓴 현실 속에 달게만 느껴졌던 가비의 맛을 말이오.


나는 가비의 쓴맛이 좋다.
왕이 되고부터 무얼 먹어도 쓴맛이 났다.

-영화, '가비' 고종의 대사 중-


영화 <가비>를 보고 나오는 길인데 내 심정이 잘 드러난 대사에 그만 눈물이 났으나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기에 꾹 참고 있소.



아 참, 1898년 9월에 이런 일도 있었소.


1897년에 대한제국을 세운 뒤 황제라 칭하며 국권을 강하게 다져야 할 시기였소. 그런데 유배 보낸 일에 대해 복수를 품은 '김홍륙'이란 자가 커피에 아편을 섞은 것이오. 향이 별로라 입에 대지 않았지만, 황세자는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소.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말이오.


드립 가비의 맛은 무척이나 달았지만, 가비의 맛을 알게 해 준 서양 놈들의 맛은 쓰디썼다오. 내 단발을 하고, 양복을 입으며 그들이 내어주는 혜택을 입고 살다 생을 마쳤지만 알아주시오. 마지막까지 편히 눈을 감지는 못했다는 점을 말이오.


나에 대한 평가가 난무하겠지만 고민도 많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잠 못 들었던 날도 많았다는 점을 말이오.


오늘 그대의 손에 든 커피 맛은 어떻소?


인생의 맛이 쓸수록 커피의 맛은 달고, 인생이 나를 멀리할수록 커피가 당기는 것!


애써 커피 한 잔에 의존한 체 아등바등 버티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소.


짐처럼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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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역사 지식]


내 사랑 커피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근대 사회 태동기입니다. 19세기말 한성순보에 커피에 대한 기사가 처음 실렸고,  '돌아오는 길에 가배관에 가서  두 잔 마시고 서원으로 돌아오다.'라는 1886년  윤치호의 일기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이 시기 이전에 커피가 들어와서 상류층 위주로 커피를 즐겼겠구나라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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