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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가르쳐준 단순함의 가치

백일의 육아가 나의 마음에 남긴 3가지 메시지

by 비니스

아기가 태어난 지 127일이 되었다. 분명 육아 선배들 말론 ‘백일의 기적’이 있다고 했으나.. 나의 육아에는 백일이 지났어도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었다(오히려 매달 새로운 퀘스트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매일이 기적만큼이나 벅찬 감동의 연속이었다. 우여곡절의 육아생활이 나에게 남긴 교훈은 아기는 참 단순하고 어른은 참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이 메시지는 엄마인 나에게는 없고 아기에게는 있는 단순함의 가치를 보여준다.


첫째, 아기는 감정표현에 매우 솔직하다.

감정을 꾸밀 줄 모르고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날 것의 감정을 ‘으앙’하며 부르짖는다. 하지만 어른은 감정을 숨긴다.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면 오히려 부끄러워하거나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길바닥에서 기뻐 춤을 추는 어른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사람 정상은 아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기의 시선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다.


둘째, 아기는 뒤끝이 없다.

세상이 무너진 듯 울어재끼다가 도 필요한 욕구만 해결되면 곧장 바로 애교를 부린다. 하지만 뒤끝 없는 어른은 찾기 어렵다. 나는 상대가 나에게 상처 입혔다면 몰래 뒤통수라도 쳐야 하는 꽤 뒤끝 있는 사람이었다. 반면 아기는 내가 해온 크고 작은 실수들을 모두 눈감아주는 듯 한결같이 나를 보고 따듯하게 웃어준다. 배고프다고 우는 아기에게 재우려고 30분을 토닥이고, 졸리다고 우는 아기에게 까꿍거리고.. 내가 잊지 못하는 미안한 순간들을 아기는 별일 아니라고 잊어도 된다고 위로해 준다.


마지막으로 아기는 먹는 것, 싸는 것, 자는 것 그리고 애정이 최우선의 가치인 것을 안다. 그래서 그 욕구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격렬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 가치를 잊고 살아간다. 어른이 되면 하루 한 끼 정도는 쉽게 거른다. 변비는 흔하디 흔한 병이며 쇼츠를 보며 새벽에 잠에 들기 일쑤이다(수면교육은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교육일 것 같다). 또한 무엇보다 사랑을 주고받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쌓여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도 가끔 의심하곤 한다.


이렇게나 아기는 참 단순하다. 그래서 아기가 어른인 부모에게 가르쳐주는 바가 크다. 수많은 건강서적에서 말하는 메시지를 아기는 몸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건강하려면 잘 먹고 싸고 자야 한다. 또 마음이 건강하려면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아낌없이 사랑해야 한다. 이 단순한 이치를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며 잊어버리고, 마치 처음 발견한 진리인 것처럼 책에서 발견하곤 한다.


어쩌면 나이 들며 우리가 아기를 낳고 싶어 하는 이유가 한때 우리 안에 있던 순수한 어린아이를 다시 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이 단순한 존재를 마음껏 보고 느끼고 사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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