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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네 Jul 25. 2021

우정에 관하여 - 키케로

진실한 우정이란 무엇일까?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것을 자애라 하고 자식이 부모에게 도리를 다하는 것을 효도라 하며 연인 간에는 사랑이 있고 친구 간에는 우정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제는 우정이다. 사람들은 많은 경우에 인간관계로 고심한다. 차라리 그렇게 고심할 문제라면 그냥 혼자 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우리는 태생적인 고독감을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고뇌할 것을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우정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맨 먼저 떠오르는 느낌으로는, 우정이란 뛰어난 사람들에게만 가능하다는 것이라네’     


정말 정신적으로 탁월한 사람만이 진정한 우정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귀의 본래 뜻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탁월한 사람은 이미 준비되어 있기에 그 뛰어난 역량으로 말미암아 이미 가능하기 때문이니까. 그렇다면 준비되어 있는 사람만이 향유할 수 있는 진정한 우정은 무엇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즉 우정이란 하늘과 인간 세계의 모든 것에 대한, 호의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 견해의 일치 바로 그것이라네’     

즉 서로가 서로에게 무언가 부당한 것을 요구하거나 바라지도 않고 그렇다고 계산적이지도 않으며 그 자체만으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견해가 일치해야 하는 커다란 문제가 존재하므로 어느 누구는 준비가 되어있지만 어느 누구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결코 우정은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자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준비된 자는 일찍 떠나거나 내가 알아차리지 못해 사이가 멀어질 테니까.      


‘우정은 결핍보다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이네. 거기에 실익이 있을까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감정을 담아 마음을 기울임으로써 우정이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이네’     


살다 보면 친구 사이에도 내가 무엇을 주었으니까 너도 무언가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사람이자 실익으로 친구들 사귀는 자들이라는 의미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내가 무언가를 주었는데 내가 준걸 잊어먹어도 상대방이 그걸 기억해 다시 되돌려준다면, 그것만큼 아름다운 관계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사람의 더불어 살고자 하는 본능에 충실하면 그만일 뿐이다. 다른 사람을 잴 필요도 따질 필요도 없다. 그저 다른 사람의 기쁨을 함께 느끼면 그만, 행복이 두배가 되어 돌아온다면 정말 기쁘기 그지없을 것이다. 즉 보답에 대한 기대가 아닌 나의 본성을 행하는 것에 대한 행복이 돌아오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을 부탁해서는 안되며, 부탁을 받더라도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뛰어난 자라 하여 우정이 돈독하다고 해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나의 선한 기질을 이용하여 나를 착취하려는 자들과는 단호하게 절교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어떤 경우에도, 친구에게 어디까지 요구할 것인지, 또 자신이 어디까지 친구를 도와줄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자기가 알고 있던 사람의 다른 면모에 휘둘리지 않도록, 또 내가 선량한 친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 부담스럽게 만들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굳건한 기준을 세워두어야 한다.     


‘염소나 양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말할 수 있으면서도 친구를 몇 명이나 가졌는지는 말할 수 없고, 염소나 양을 구입할 때는 매우 신중을 기하면서 친구를 고를 때는 아무렇게나 하며, 자신과의 우정에 알맞은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내 SNS 친구가 몇 명인지, 내가 연락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를 기준으로 친구의 수를 주로 세는 것 같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당장 망한다면 내 곁에 있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때도 자신이 친구라 여겼던 사람들이 옆에 남아줄까? 계산적이지 않은 태도로 여긴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내가 한번 밥을 사주면 상대방도 다음에는 반드시 밥을 사주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걸 기억하는가? 친구사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이 있기에 누군가가 무언가를 사주면 똑같이 사주는 게 올바르다면 당신이 패가망신할 경우에는 남아있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사귄 친구들은 패가망신하기 전의 친구들이니 동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이상 동등하게 밥값을 낼 수 없는데 남아있을 이유가 있을까.   

  

친구로서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을 가지고 자랑하고 다니는 것은 스스로가 그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커다란 생색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이것은 우리가 숨 쉬는 일을 자랑하고 다니지 않는 것과 같다. 당연한 일은 구태여 언급할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뻐기고 다니는 것이다.    


‘확실한 친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마 책의 모든 내용을 짧은 글에 담을 수 없어 줄이자면, 이 책이 전해주는 친구관계의 성공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내가 언제 어디에 어느 모습으로 있던지 나를 받아줄 진실된 친구를 단 한 명만 지녀도 그 삶은 성공한 삶이다’라고 생각한다.




인용 출처-우정에 관하여(동서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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