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적 삶, 영혼, 이성
우리는 톨스토이를 흔히 작가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톨스토이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본다면 그는 훌륭한 소설에 필적하는 인생에 관한 글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소설가이자 철학자이며 진실된 종교인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작가가 종교인이라고 해서 종교를 전파하고 다니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삶의 여러 가지 올바름에 대하여 고민하였다, 그리고 내 결론은 종교적 삶이 옳다고 본다.’라는 방식에 가깝다. 아마 종교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거북할 수 있겠으나 무조건적으로 믿을 뿐인 신앙이 아닌 ‘이성적 신앙’이라는 차이점이 있어 읽으며 거부감은 들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평생 선하게 살고 싶다면 먼저 자기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도대체 나는 어떤 존재이며,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어떤 곳인지 먼저 이해해야 한다.’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인생의 길은 나에 대한 것, 이 세계에 대한 것, 그리고 나와 이 세계의 관계를 중시하는 그의 사상이 엿보인다. 그가 생각하는 신앙은 무언가 신적인 존재를 맹목적으로 믿어 죽음 뒤의 삶에 비중을 두고 현실을 생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선한 삶을 보낸 성현들은 모두 이렇게 가르침을 펴왔다. 모든 이들에게 이 가르침은 ’ 인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를 말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진실한 신앙이다.’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을 바로 신이라고 의인화시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종교관에 의해 러시아 정교회에서 파문을 당했지만 톨스토이는 끝까지 이 신념을 지켜내었다.
톨스토이는 인간을 육체와 정신이 함께 있지만 각각 존재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육체적인 것은 대부분 하찮은 것이라 보았고 정신적인 것을 보다 나은 것이라 보았다.
‘육체가 우리에게 바라는 바를 해서는 안 된다.’
그는 끊임없이 정신적인 것의 중요성을 이 책을 통하여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체를 속박하고, 원하는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과 육체를 방어함으로써 자유를 얻고자 한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원하는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 돈과 권력일 확률이 높다. 돈이 없어서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고 권력이 없어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돈이 많은데도 더 많은 돈을 원하고 충분한 권력을 가졌는데도 더 큰 권력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톨스토이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좀 더 많은 자유를 얻기 위해서, 그 죄과와 악의 유혹과 미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오히려 감옥을 만들고 그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중시하는 정신적 삶이 잘 드러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의 풍요로움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돈이 책을 읽어주고 박물관을 다녀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돈과 권력을 지녀도 사람 사는 일에 불과하다. 태어나서 죽기 마련이다. 높은 직위에 오른 사람은 그 직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른다. 많은 부를 가진 사람은 이 부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톨스토이가 보기에는 정신적 삶에 반대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올바른 정신적 삶이란 무엇일까.
‘끊임없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여기에 있다’
즉 살아가면서 강해지는 정신이 살아가며 노쇠해지는 육체를 위한 삶이 아니라 육체가 정신을 위한 삶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에게 언제나 존귀한 것은 독립된 자유로운 인간이 되어서 남의 의지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살아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내 밥줄을 쥐고 있고 다른 사람이 내 인생을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구속이다. 내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삶에 있어서 농사는 빼놓을 수 없는데, 그는 타인이 일궈놓은 농작물을 먹는 건 타인을 착취하고 얽매이는 것이라고 여겼다. 때문에 노년의 나이에도 손수 농사를 지으며 내 의지대로, 내가 땀 흘려 얻은 노동의 대가를 스스로 얻어내기를 원했다.
또한 그는 죽음을 거부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결국 귀신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 바로 실재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죽음은 육체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상황을 의미한다. 톨스토이는 정신적 삶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육체가 기능을 다했다고 정신마저 기능을 다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신은 남아 다른 어딘가로 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삶을 꿈처럼 볼 수도 있고, 죽음을 꿈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볼 수도 있다.’
톨스토이의 사상은 종교에 기반하고 있어 우리의 육체와 정신(영혼)이 분리되어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분리된 상태에서 무엇이 좋은가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나간다. 그는 육체의 욕망에 굴복하는 것, 그것만큼 수치스러운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영원히 지속하는 정신에 그저 한 순간일 뿐인 육체가 봉사하는 것, 자신의 육체를 정신의 통제 아래에 두고 철저히 올바른 것을 쫓는 삶이 선한 삶이라 여겼다. 인간은 육체의 욕망에 굴복하기에 괴로운 것이나, 올바른 이성을 가지고 철저히 자신의 정신을 갈고닦아 야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톨스토이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