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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네 Jan 03. 2022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일이 무엇일까? 위선? 강도? 사기? 살인? 학살? 저마다 각자가 가진 악의 정의에 따라 다른 답변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악은 바로 ‘정신이 꺾이는 일’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악들은 이 세상에 항상 존재해 왔던 것들이다. 어느 시대에나 위선적인 인물들은 있었고 남에게 기생하려 들거나 등쳐먹는 경우는 항상 존재했으며, 앞뒤 생각하지 않고 강도짓을 하고 이해관계이든 단순한 분노이든 살인이 벌어졌고,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전쟁을 하며 학살이 벌어졌다. 성공하리라 여겼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기대했던 일이 실망으로 돌아온다. 예상하지 못했던 질병에 걸린다거나 불치의 병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단 한순간도 일반적으로 말하는 ‘나쁜 일’들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슬픈 일이지만 악한 일들은 우리 인류가 존재한 이래 항상 함께 했으며 완벽히 박멸된 적은 단 한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이에 우리는 당연히 악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한다. 세상에는 온갖 불행하고 처참한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한 일들이 언제나 존재할 것이기에 우리는 그 일이 언제, 어디서 벌어졌다고 놀랄 필요도 당황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숨 쉬는 일에 놀라지 않듯 항상 벌어지는 일에 놀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항상 존재해왔던 일을 항상 존재하지 않았던 일처럼 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내가 그 일을 부정한다고 해서 긍정적인 일로 변하지도 않고 싫어한다고 해서 좋아하는 일로 변하지도 않고, 멀어지려 해도 다가와 난장판을 만들어 놓기 일쑤다. 아무리 전력을 다해 대비를 한다고 한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쁜 일들은 벌어진다. 사람은 '나쁜 일'이 벌어지는데 완벽하게 대비할 수도, 막을 수도, 예상할 수도 없다. 오로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벌어져 나에게 닥친 악을 극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일뿐이다.


불행한 사실이지만 만일 악한 일들에 굴복한다면 결국 자신의 인생을 망칠 뿐이라는 것은 진실이며 동시에 잔혹한 현실이기까지 하다. 결국 스스로에게 악한 일들보다 더욱 악한 것은 그 악한 일에 자신의 정신이 굴복당하거나 꺾이는 것일 수밖에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악은 항상 존재해왔고, 하고 있고, 할 것이라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내 내면에 있는 나의 정신은 나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항상, 언제든, 어느 누구에게나 무작위로 반드시 벌어질 일이 하필 나에게 벌어졌다고 해서 하늘을 원망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원래부터 이 잔인한 세상이 그러했는데 말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범죄는 반드시 일어나고 부도덕이 판을 치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그것들에 휘말려 버린다면 내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져 버린다. 내가 나쁜 일을 당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옥죄인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일 가해자가 있다면 가해자는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고, 불의의 사고였다 한들 세상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악을 맞닥뜨렸을 때는 그 악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악을 이겨내고 정복한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악 앞에서 정신이 꺾기고 기가 죽고 불행에 빠져 자신을 파먹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그 악을 마주하고, 도망치고 싶지만 자리에 굳건히 서고, 나에게 불운이 닥쳐왔다면서 하늘을 원망하여 스스로가 스스로를 불행하다 여겨 스스로를 좀먹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막상 나쁜 일들이 내 앞에 닥치면 혼란스러워 갈피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마음을 굳게 먹어도 제대로 된 대비가 불가능한데 마음의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고 세상의 재앙을 맞닥뜨린다면 그 타격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세상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비참함이란 예상보다 크고,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오며 냉혹하기도 모자라 유혹적이다. 나 스스로가 비참함의 유혹에 사로잡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파멸시키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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