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짧은 상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을 Jul 16. 2023

자문자답

듣고 싶은 말


Q: 응원으로 지금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어?

A: “괜찮아”라는 세 글자가 제일 듣고 싶어.


Q: 어떤 사람이 그 말을 해주면 좋을까?

A: 바라만 봐도 포근한 감정이 느껴질 정도로 따뜻한 눈빛을 가진 사람. 왠지 나보다 나이는 훨씬 많을 것 같고, 체형도 나보다 커서 두 팔에 안기면 폭신한 느낌이 들것만 같은 사람이면 좋겠어.


Q: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는 건 어때?

A: 좋아. 그렇다면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해볼래.


시간의 흐름이 많이 느껴지는 붉은색의 문 앞에 서 있다. 오른손을 들고 노크를 할까 몇 번을 망설이다 그냥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내 눈을 부시게 할 정도로 큰 창에서 햇빛이 한가득 들어오는 방이 한눈에 보인다. 오늘 분명히 날씨가 추웠는데 이곳은 그저 따뜻한 공기만 돌고 있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 햇빛 아래 고풍스러운 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그곳에서 누군가가 차를 마시고 있다. 통통한 체형에 붉은색 가디건을 걸치고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는 한 할머니. 할머니라 단정 짓기에 나이가 가늠이 잘 안되지만, 푸근한 인상에 왠지 할머니라는 말이 생각나버렸다. 할머니가 찻잔을 내려놓자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노크도 없이 문을 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하게도 자연스럽다. 마치 내가 이곳에 올 것을 알았던 것처럼. 그러다 아무 말 없이 할머니는 손짓으로 자신의 앞자리에 앉기를 권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곳에 앉았다. 눈앞에 차가 놓였고 조금 어색해진 공기에 괜히 찻잔만 만지작거렸다.


“괜찮아”라는 음성에 고개를 들었다. 지그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쩜 이리도 따뜻할 수 있는지…. 얼어있던 무언가가 녹는 기분이다.


“지금 보기엔 혼란스럽고 갈피를 못 잡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현실을 자각 못하고 낭만에 빠져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허비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렵다고 느낄 수도 있어.


 마음을 꿰뚫는 말에 당황하며 시선을 나도 모르게 옮겼다. 방황하던 시선이 다시 할머니의 눈에 닿았고 나와 다르게 할머니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다.


“하지만 미래의 너는 알고 있을 거야. 지금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걸. 일상을 바꾸기위해 하고 있는 작은 도전들이 모여, 원하는 일을 결국 찾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할 거야. 혹 실패를 맛보게 되더라도 그 경험들이 의미없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덕분에 후회 없이 미래를 살아갈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을 거야.”


낮게 울리는 그 목소리가, 흔들림 없이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 눈빛이 나를 감싸 안는다.


“괜찮아. 잘해나가고 있어.”라고 말하며 손잡아 준다면 그보다 가슴 따뜻한 응원은 없을 것 같아.


그 할머니는 누구였을까?



글쎄…. 



어쩌면 먼 미래의 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분홍색 수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