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의 보라색으로 폭발하고 마는 여주인공, 앰버 같다...
아무래도 너무 욕심낸 것 같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새로운 일들을 벌리다 보니 벅찬 느낌이 들었다.
한 페이지 겨우 짜내듯이 적어낸 모닝페이지에는 고민이 한가득 적혔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과제를 하는 중이라 자꾸 검열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어젯밤 PPT를 나눠서 채우기로 했던 부분의 분량이 공평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좀 공평할까.. 고민하며 혼자서 끙끙댔다.
사실 분량 나누기 보다 고민했던 건, 이 말을 어떻게 전해야할까의 문제였다.
이런 말하면 쪼잔하다고 느낄까?
그래도 말 안하고 가기에는 손해보는 것 같기도 하고.
고민 고민을 하다- 카톡 방에 장문으로 올렸다. 내 나름 최대한 공손하게.
올려두고 보니 좀 민망해서- 안방으로 갔다.
휴가 중인 남편은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 폰을 보고 있었다.
"당했네, 당했어."
내 말을 듣던 남편이 꺼낸 첫 마디.
"아니 그게 아니라 어제 밤에 갑자기 정하기도 했고, 사람들이 고의로 그런게-"
"당했네, 당했어! 대학교 때 조별 과제 생각난다."
"내가 단톡에 말했다니까."
"그래, 당한거라고."
"말을 꼭 그렇게 짜증나게 해야 돼?!"
가슴부터 타오르듯이 올라오는 화를 꿀꺽 삼켜내기엔 너무 뜨거웠다.
입까지 올라온 화는 금새 머리 끝까지 올라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남편이 사과의 말을 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
"기분 안나빴다면 미안한게 아니네?"
평소에도 가정법을 잘쓰는 사람이라는 걸 아는데, 그 마저도 고깝게 들렸다.
출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수리에 올라온 화를 억지로 누르려니 눈물나려 했다.
하필 화장대 앞이라 벌건 얼굴에 눈물이 그득 고인 눈이 비쳤다.
필요한 것만 재빠르게 챙기고 빠르게 집을 벗어났다.
차에 올라타고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무시한채 고요한 음악을 틀고 엑셀을 밟았다.
내뱉지 못한 화는 가슴으로 다시 내려와 맴돌았다. 묵직하고 답답하게 자리잡은 느낌, 낯설지 않다.
생각해보면 별게 아닌데, 왜 나에겐 별거였을까?
익숙한 출근길 위에서 다시 곱씹어 봤다.
대충 듣는 태도에 짜증이 난걸까?
당하고 사는 바보 같은 사람이라 놀려서 화가 난걸까?
아무래도 고민고민하며 생각한 내 상황 따위와는 상관없이 마음대로 판단하고, 결론까지 내려버린 게 마음에 안들었던 거 아닐까. 뭐... 원래 우리 부부의 단점 아닌가. 대화를 잘 들어주지 못한다는 건.
상대가 속이 시원할정도로 잘 들어 준다는 건 뭘까?
그렇게 못들어 준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이야기하고 요구하게 되는 건 역시 욕심이겠지.
나도 그렇게 안되는 걸.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게 훨씬 즐거운 사람인 걸...
이렇다 저렇다해도 이런 일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는 건...
내가 풀지 못한 내 안의 숙제가 아직도 많다는 거겠지.
부끄럽다. 아직도 명치 부근이 떡 하나 걸린 것 마냥 묵직한 나라는 인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