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by 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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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책상을 둘러보다 편지 하나를 발견했다.

받는 사람과 주소, 우편번호까지 다 적힌 편지 봉투에 내 이름은 보내는 사람에 적혀 있다.

봉투 뒤는 풀로 붙였다가 다시 뜯어낸 흔적이 역력했다.

우표를 부쳐 친구에게 향하려 했던 편지는 결국 뜯겨져 책상 위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용이 짐작도 안도되록 오래된 편지...

삐뚤한 글씨를 읽어내렸다.

내용을 보자하니 1년정도 전의 이야기 같다.

쉬다가 다시 직장에 들어가 지쳐있던 나.

지쳤지만 어떻게든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캠핑을 다녔던 나.

고통보다는 허무함과 부질 없음이 더 괴롭다고 느꼈던 나.

삶이 부질없다고 느끼면서도 오래 살고 싶다고 적던 나.

그리고 자신이 한없이 작고 겁 많은 존재라고 다시 한 번 깨달은 나...


소설 츠바키 문구점에서 밤에 쓰는 편지에는 요물이 낀다고 조심하라는 말이 나온다.

그 말을 옮겨 적으며 이 편지에도 요물이 꼈을거라,

부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적었던 나.


편지 내용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나 밖에는 적을 수 없는 내용들이 편지에 가득 담겨 있었다.

결국 편지는 부쳐지지 못했고 아마도 친구에게 닿게 되는 일은 없겠지.


대부분의 이야기는 여전히 내게 영향을 끼치는 생각들이었다.

1년 사이에 드라마틱하게 뭔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생각의 반경이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게 아쉽다.


조금 더 다른 일들을 해봐야겠다.

전혀 생각지 못한 생각도 해 볼 수 있도록.

아냐... 지금 벌린 일들도 충분히 버거워... 조금만 있다가 하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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