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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정원 Nov 06. 2023

땡감이 만든 첫 작품 "땡감이 익어가는 계절"


 어릴 적 옆집에 커다란 감나무가 있었다. 나무가 얼마나 컸는지 절반 가까이 담 넘어 마치 우리 감나무처럼 보였다. 작고 하얀 꽃은 커다란 꽃받침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고 언뜻 보면 꽃받침이 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잘 보이지도 않던 꽃은 여름을 지나 파란 감이 되어 가을이 되면 크고 빨갛게 변신을 했다. 

 우리 것이라고 생각했던 감나무는 이때부터 매정하게도 확실하게 남이라고 선을 긋기 시작한다.

 가을이 되어 빨갛게 주렁주렁 열리면 떫어 먹지도 못하는 감을 따겠다고 장대를 휘두르다 화분을 깨뜨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도둑놈처럼 먹지도 못하는 남의 감을 왜 따느냐며 혼을 내셨다. 화분을 깨뜨렸다고 혼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우리 집 마당에 있는 감을 따는데 왜 야단을 치시는지는 이해가 안 됐다. 나와 생각이 달라서 잘 다투던 동생이지만 이때만큼은 한편이 되어 도둑놈이라는 말에 불만을 쏟아냈다. 담 넘어온 감의 주인은 우리 같은데 왜 아니라고 하시는지 괜히 야단치신다고 생각했다.

 가을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면 땅에 떨어진 감이 있는지 감나무 밑부터 살펴보러 갔다. 재수가 좋으면 빨갛게 익은 감이 몇 개씩 떨어지기도 했다. 신이 나서 주워 쌀독에 넣어 두거나 성급한 마음에 먹어 보기도 했다.  땡감은 떫어서 입 속에 막을 씌운 듯 침을 몇 번씩 뱉고 입 안을 헹궈도 떫은맛이 한동안 남아 있었다. 쌀독에 묻어둔 땡감이 서로 자신이 묻어 둔 것이라고 우기기도 했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떫은맛이 없어지고 땅에 떨어져 깨졌지만 단 맛을 내는 감이 유난히 맛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높은 곳에 있는 감 몇 개를 남기고 소리 없이 감이 사라져 없어지면 섭섭한 마음을 붉게 물든 감나무 잎과 함께 책갈피에 넣어 두었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던 브런치 북을 드디어 마감 몇 시간을 두고 만들었다. 

 시간 여유룰 두고 미리미리 준비하면 교정도 할 수 있으니 좋으련만 매번 임박해서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머리와 손이 움직인다. 아이들한테는 미리미리하라고 잔소리하면서 진작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 

  땡감은 먹지 못하는 무늬만 감이다. 까치가 쪼아 먹지만 않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해도 찬 바람과 된서리를 맞으며 어떤 감보다도 달고 맛있는 감으로 변한다. 그런 의미를 담아 언젠가는 삶이 푹 익어 깊은 단 맛을 내는 글을 쓰기를 희망하면서 붙인 제목  "땡감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브런치 소개 글에 썼어야 하는 내용인데 처음 책을 만들다 보니 예문에 충실하고 식상하게 틀에 박힌 말만 썼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해도 일을 끝내고 나면 아쉬움이 남듯이 글도 역시 그런 것 같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읽는 이의 마음과 눈을 사로잡는 글을 쓰고 싶지만 생각처럼 머리도 손도 기발한 생각이나 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나는 땡감!

 처음으로 만든 책이지만 글과는 상관없이 표지의 제목과 사진이 아주 맘에 든다. "좋아, 맘에 들어" 스스로 만족해서 기분이 좋다. 이번엔 표지로 만족하지만 다음에는 내용도 만족하는 글을 써 봐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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