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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정원 Feb 23. 2024

나 아파요.

  며칠 전, 딸이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을 보자마자 너무 끔찍해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물에 빠진 듯한 소녀가 목만 간신히 내밀고 있는 사진이다.

 이 모습은 스페인 빌바오의 '네르비온 강'에 멕시코 작가 '루벤 오로즈코'가 섬유유리 소재로 실제 소녀 머리의 약 11배 크기로 만든 ‘비하르’(Bihar·내일)라는 조형물이다.

 네르비온 강 수위에 따라 물에 잠겼다 떠오르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마치 물에 빠져 사망한 듯한 소녀처럼 보여서 주민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비하르라는 이름처럼 내일 물에 떠 있을 것인지, 잠겨서 살 것인지 선택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소녀의 머리가 물밖으로 나와 있지만 우리 후손들은 언제 물에 잠겨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추웠다 더워지는 요즘 날씨가 심상치 않다. 여름에는 40°C를 수시로 넘고 추워야 할 겨울 날씨에 온도계가 영상에 머물러 있다. 얼음이 얼지 않아 스케이트나 썰매 타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추위를 타면서도 추운 겨울 날씨가 왠지 그리워진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더우면 시원하게 있으면 되고 추우면 따뜻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캐나다 이민 간 친구 초청으로 빙하 아이스필드 투어를 하면서 심각성을 처음 깨달았다. 몇 년 간격으로 빙하 소실 자리를 표시해 놓았는데 최근 들어 빙하가 급격히 소실되어 경계선이 많이 후퇴되었다. 다른 빙하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얼음층 두께는 얇아지고 길이는 짧아지고 있다.

 북극 얼음이 녹아내려 곰의 사냥터와 터전이 없어져 죽어가고, 빙하가 녹으면서 속에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오게 되면 여러 전염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니 걱정이 된다.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 밀림도 무분별한 벌목과 기온 상승으로 하루에 축구장 3000개 면적이 파괴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에서 화산 폭발과 지진을 비롯해서 폭우, 폭설 등 자연재해가 발생되고 있다.     

 우리나라 겨울 날씨가 3한4온에서 11온9한으로 더운 날이 많아졌다. 제주도는 열대 과일이, 한라봉과 귤은 포항, 사과는 포천 등 과일 재배 지도가 조금씩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수입하던 과일을 재배할 수 있다니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지구 온난화라는 열병에 걸려서 그렇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고 비닐봉지나 일회용품을 덜 쓰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편리한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일회용품과 비닐봉지 사용을 안 할 수는 없고 덜 쓰려고 재활용을 했다. 그랬더니 그까짓 것 아낀다고 부자 되는 것 아니라며 궁상떨지 말라며 핀잔을 준다. 생각해 보니 혼자 사용하지 않는다고 환경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지구가 편안해 지지도 않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그래도 꽤 있다.    가전제품을 선택할 때는 디자인보다는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끄는 것,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를 타고 걷는 것 등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효과적이고 건강도 돌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말을 못 하는 지구는 여기저기서 아프다는 신호를 애타게 보내며  나 좀 봐 달라고 애원한다. 더 늦기 전에 외면하지 말고 영양제도 주고 예방 주사도 주어야 할 것 같다. 개인보다는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나 기업의 일치된 환경 정책이 더 중요하겠지만 모래 알갱이만큼이라도 지구에 도움이 된다면 그냥 궁상스럽다는 소리를 들어야겠다.  

 물속에 잠기는 사람은 특정인이 아니고 우리 모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물속에 잠겨 겨우 얼굴만 내밀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진다.  지구가 아프다는데 '빈야르의 소녀'가 되지 않기 위해 쪼잔해 보이면 어떠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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