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남을 비난하는 말에 열광할까요? 날 선 비판이 아닌 '모욕'이 지식인과 대중을 사로잡는 기묘한 현상을 분석합니다.
비난의 쾌감: 교양으로 위장한 공격성
오늘날 대중은 단순히 건설적인 비판에만 반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날카롭고 신랄하며, 때로는 인신공격에 가까운 '모욕적인 발언'에 열광합니다. 이러한 모욕은 TV 토론, 유튜브 논평, 온라인 칼럼 등 다양한 매체에서 '시원한 일침'이나 '핵심을 꿰뚫는 분석'처럼 포장되어 소비됩니다.
이러한 현상의 핵심에 '비난의 쾌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타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접할 때, 우리는 복잡한 논리나 배경 지식 없이도 즉각적인 감정적 만족을 얻습니다. 발언자가 대신 분노하고, 비난하며, 상대를 깔아뭉개는 행위는 대리 만족을 제공합니다. 듣는 사람은 스스로 정의롭거나 지적인 위치에 서 있는 듯한 우월감을 느끼게 되죠. 이처럼 모욕은 교양이나 지식처럼 포장되어, 대중의 내재된 공격성을 손쉽게 해소하는 상품으로 소비됩니다.
모욕의 기술: 짧고, 자극적이며, 감정적
모욕이 교양처럼 소비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단순화와 극단화: 복잡한 사회 문제나 상대방의 주장을 단순하고 명확한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눕니다. 섬세한 논리 대신, 듣는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내용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합니다.
프레임 씌우기: 비판의 대상을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나 지적 열등함으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씌웁니다. "저 사람은 악해서/멍청해서 저런 말을 한다"는 식이죠. 이는 듣는 이에게 상대방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심리적 면죄부를 제공합니다.
유희화(Entertainment): 모욕적인 발언에 유머, 풍자, 혹은 가십의 요소를 더해 엔터테인먼트처럼 만듭니다. 듣는 사람은 진지한 학습 대신, 쇼를 관람하는 듯한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모욕의 기술은 디지털 플랫폼의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알고리즘과 완벽하게 결합합니다. 길고 깊은 분석보다, 짧고 자극적인 모욕성 발언이 더 빠르게 퍼지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합니다.
지성인의 변질: 비판자가 조롱꾼이 될 때
이러한 모욕의 시장에서, 전통적인 지성인과 논객들의 역할마저 변질되고 있습니다. 과거 지식인은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조롱꾼'이나 '어그로꾼'이 더 많은 주목을 받습니다.
지식인들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모욕의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서, 비판의 본질적인 가치는 훼손됩니다. 그들의 발언은 대안 없는 비난이나 인기 영합적인 공격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이는 결국 사회의 건전한 토론 문화를 파괴하고, 대중에게 '모욕적인 말도 지성의 일부'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습니다. 모욕이 만연해지면, 정작 진짜 비판이나 소수자의 목소리는 그 소음에 묻혀버리게 됩니다.
모욕의 윤리: 대안과 존중이 사라진 자리
모욕이 교양처럼 소비되는 현상은 결국 윤리적인 책임감의 부재를 보여줍니다. 진정한 비판은 문제를 지적하되, 대안을 제시하고 상대방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습니다. 비판은 '말하기'를 위한 문을 여는 행위입니다.
반면, 모욕은 상대를 짓밟아 침묵시키고, 오직 발언자의 우월함만을 입증하는 데 몰두합니다. 모욕을 소비하는 사회는 성찰과 공존의 가치를 잃어버립니다. 우리는 지금,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해줄 '비난'을 살 것인지, 아니면 사회를 한 걸음 나아가게 할 '비판'을 경청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윤리적 기로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