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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Aug 20. 2024

주먹구구식 세수 예측, 시민 숙원 사업 뒤로 밀려


올해 예상 세입으로 잡혔다면 시민을 위한 사업에 쓰였을 대단한 액수의 세금이 매년 순 세계잉여금조로 내년으로 이월



세수 추계는 순 세계잉여금과 관련이 있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보통 각급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8월에 내년도 세수 추계, 즉 예상 세입을 추산합니다. 예를 들어 세무부서가 내년에 들어올 세금을 적게 추산했다고 합시다. 거의 같은 시기에 사업 부서가 세무부서에서 추산한 예상 세입을 근거로 사업계획을 세웁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해당 사업계획은 세무부서가 추산한 돈(들어올 돈)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각 부서는 계속사업은 이어서, 신규사업은 새로 계획을 세워 필요한 돈을 관련 부서에 요구하게 됩니다. 관련 부서, 즉 예산 총괄 부서는 각 부서에서 제출한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겠지요. 그래야 한정된 돈으로 사업을 무리 없게 추진할 수 있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사업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세입이 추산한 세입보다 많을 때입니다. 예상 세입을 너무 적게 잡은 탓에 시민 생활에 직결된 사업들이 경합에 따라 후순위로 밀려나는 사례가 없지 않겠지요. 필요한 사업이 시행되지 않으면 손해는 전적으로 시민 몫으로 남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후순위로 밀린 사업이 단 하나뿐이겠느냐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었습니다만, 이 부분만으로도 예측에 정확성을 기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겠습니까. 현실은 어떨까요?



2023년 8월에 2024년 예상 세입을 추산했다고 칩시다. 세금은 종류가 많습니다. 모 부서에서 A세금의 예상 세입은 200억 원, B세금의 예상 세입 100억 원, C세금의 예상 세입 1,000억 원, D세금은 예상 세입을 800억 원으로 잡았습니다. 내년도 세입예산을 추산해야 하는 2024년 8월에 지난 6개월 (1월~6월) 동안 실제 들어온 세금 액수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A세금은 176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예상 세입의 88%입니다. B세금은 56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예상 세입의 56%입니다. C세금은 750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예상 세입의 75%입니다. D세금은 560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예상 세입의 70%입니다. B세금을 제외하고는 당초 예상 세입을 지나치게 작게 잡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 이 자료를 기초로 다음 연도인 2025년 예상 세입을 어떻게 잡을 것 같습니까? 세입 자료는 지난 6개월 자료이므로 연말까지는 그것보다 훨씬 많은 세금이 들어오겠지요. 그러면 연말까지 들어온 세입을 기초로 2025년 예상 세입을 잡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낮게 잡은 2024년 예상 세입에서 액수를 낮추거나 올리는 정도로 다음 연도 예상 세입을 잡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일정한 기준 없이 단지 감으로 예상 세입을 잡는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마련한 지침은 휴지 조각이 된 지 오래입니다. 해당 지침에 따라 경제 상황과 지역별 특수요인을 반영할 경우 예상 세입과 실제 세입의 차이를 크게 낮출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단지 귀찮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그렇다 보니 예상 세입과 실제 세입 격차가 매년 늘어납니다. 위 자료에서 보는 바와 같이 6월 말 현재 기준으로 4개 세금 중 3개 세금이 예상 세입의 70%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어떻게 그런 차이가 나게 됐는지 분석하고 그 사유를 내년도 예상 세입에 반영해야겠지요.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 세입과 현격한 차이가 있는 2024년 예상 세입을 기준으로 금액을 올리거나 내리는 일을 반복하는 한 세수 추계의 정확도를 기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예상 세입을 워낙 적게 잡아 올해 사업에 쓰지 못한 돈은 순 세계잉여금조로 내년도로 넘어갑니다. 그 돈의 많은 액수가 2024년에 예상 세입으로 잡혔다면 시민 숙원 사업에 쓰일 수 있었겠지요. 못 쓴 돈이 내년으로 이월되었으니 내년에 활기차게 사업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올해 해야 할 사업을 하지 못한 데 따른 손해는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사업은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따로 강조하지 않겠습니다.



대충 묻지 마시고 이렇게 따져 물으십시오. 그래야 바로 잡힙니다. 세수 추계를 위해 어떤 자료를 활용하는지, 예상 세입은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세입추계를 위한 도구는 무엇인지, 행안부의 추계 지침을 활용하고 있다면, 그 실례를 들 것,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세수 추계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어떤 조처를 하고 있는지 등등.



종류     연간 예상 세입   실제 세입(~6월)  비율    

A세금      200억 원           176억 원               88%                                     

B세금      100억 원              56억 원               56%     

C세금   1,000억 원          750억 원               75%    

D세금      800억 원           560억 원               70%    


 ※ 6월 말 현재 세금 종류별로 실제 세입이 예상 세입에 육박하게 된 사유 분석 전무. 내년 예상 세입 추산에 앞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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