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매일경제신문사, 2021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 도시. 최초로 도시가 등장한 이래로 인류 문명은 도시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부침을 거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 벤 윌슨은 지난 6000년 동안 문명을 꽃피운 도시를 연대기 순으로 다뤘다.인류 문명사의 명암을 지면 위에 입체감 넘치게 그린 덕에 마치 거리와 그 거리에 면한 집들이 정겹게 느껴질 정도다. 분량이 다소 많지만 읽어내기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도시 문명의 장대한 서사를 마주하고 싶은 독자에게 강력 추천. 때때로 지상에서 발을 떼 저 먼 과거 혹은 우주로 나가보는 것도 필요해. 그 때문에 몸 이곳저곳에 웅장한 기운이 감돈다면 예상치 못한 소득이 될 터다. 이런 소득으로 치자면 벌써큰 부자.
이주하는 인류(인구의 대이동과 그들이 써 내려간 역동의 세계사), 샘 밀러, 미래의 창, 2023
한 줄 평. 인류의 DNA에는 유목민의 피가 흐른다. 인류가 집을 짓고 도시를 세우기 시작한 건 고작 1만 2천 년 전. 인류의 장대한 이주 역사를 통해 작금의 이주와 이민 문제를 되짚고 진전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어 이채. 인류의 DNA에 내장된 특별한 장점. 인류는 거의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이주하는 데 능숙한 솜씨를 타고났으며, 어딜 가든 번성할 능력 또한 출중하다는 것. 아프리카에서 유럽과 아시아에 이어 오세아니아 주와 미주, 라틴 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족적을 남기며 이주에 이주를 거듭한 흔적이 중정과 뒤안길에 그득 차있다.
인류, 로베르 앙텔므, 그린비, 2015
'강제수용소 증언 문학의 고전, 전후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은 데서 알 수 있듯 인류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다만, 최근 아우슈비츠의 유대인을 소재로 한 책을 읽고 있어 그 점에서 적잖이 시의성을 갖춘 책으로 주저 없이 읽을 책 목록에 넣었다. 포털 검색창에 ‘인류’를 키워드로 넣자 우수수 쏟아진 책의 하나. 때마침 갓 읽은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서술 방식을 따른 것에 반색하고는 때 아니게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개인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격. 때론 기대하지 않았던 상대와의 조우로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는 법. 이런 추돌이라면 언제든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