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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의 문턱에서

기술 발전은 인류를 구원할 것인가, 위협할 것인가?

by 콩코드


"싱귤래리티(Singularity)"라는 개념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특정한 임계점을 넘어설 때, 인류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특히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논의는 오랫동안 뜨거운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 글에서는 싱귤래리티 개념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 이를 둘러싼 주요 논쟁을 정리한다. 또한, AI가 인류 사회에 미칠 영향을 무겁지 않은 시선에서 전망하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기술 발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지를 고민해 본다.




싱귤래리티 개념의 태동


‘싱귤래리티(Singularity)’라는 개념은 원래 물리학에서 유래했다. 중력 특이점(gravitational singularity)처럼 어떤 계(system)가 극한에 도달하면 기존의 법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



이 개념을 기술과 결합한 대표적 인물이 바로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이었다. 그는 1950년대부터 “기술이 가속적으로 발전하다 보면 인간의 삶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후 버너 빈지(Vernor Vinge)가 1993년 「기술적 특이점(The Coming Technological Singularity)」이라는 에세이에서 본격적으로 이론을 정립했다. 빈지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순간, 인간의 예측 능력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주장했다.



이 개념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인물은 단연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다. 그는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2005)에서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하며, 이 순간이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싱귤래리티를 둘러싼 논쟁


싱귤래리티 개념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할까?



커즈와일은 무어의 법칙(컴퓨터 성능이 18~24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점점 더 강력해지다가 마침내 인간을 초월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 같은 학자는 "인간의 의식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양자역학적 과정에 기인하며, 기계가 이를 복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2010년대 이후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귤래리티가 오면 인간은 행복할까?



낙관론자들은 인공지능과 인간이 융합하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을 제안하며, 인간이 더 나은 존재로 진화할 것이라고 본다.



반면 엘론 머스크, 닉 보스트롬 같은 사람들은 "AI가 인간을 제어하거나 제거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초지능 AI가 등장하면 인간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일자리 소멸과 사회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싱귤래리티가 인류 사회에 미칠 영향


어떤 시나리오를 가정하든, 인공지능이 인류 사회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를 무겁지 않게 바라본다면 오히려 점진적인 변화의 연속선상에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수도 있다.



일자리의 변화


19세기 산업혁명 때도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걱정이 많았지만, 결국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다.



AI 시대에도 단순 반복 업무는 점점 사라지고, 인간은 창의성과 감성을 요구하는 역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사회적 격차가 생길 것이다.



인간과 AI의 공존


AI가 모든 걸 결정하는 ‘AI 지배 사회’보다는, AI가 인간을 보조하는 형태가 더 현실적이다.



이미 우리가 스마트폰과 인터넷 없이 살기 어려운 것처럼, AI도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스며들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인간의 감성, 직관, 윤리적 판단이 더욱 중요해질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기술 발전


AI가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이 이를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핵심이다.



규제와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으면 초지능 AI가 인간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기술적 특이점’이 아니라 ‘사회적 특이점’, 즉 우리가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하다.



결국, 싱귤래리티는 온다 vs 안 온다?


아마도 우리가 상상하는 SF적인 방식으로 ‘한순간에’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AI가 점점 더 발전하고 인간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이미 현실이다.



문제는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다루고, 인간 중심적인 방식으로 조율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싱귤래리티는 하나의 ‘시간 특정한 사건’이라기보다는, 긴 흐름 속에서 인간과 AI가 공진화(coevolution)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AI가 우리를 지배할 것인가?"보다는 "우리가 AI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과제가 아닐까?




싱귤래리티는 단순히 "AI가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이라는 극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변화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 사회 깊숙이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도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AI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이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지, 인간과 협력할 것인지, 혹은 AI가 인간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융합될 것인지는 기술 발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윤리적 선택에 달려 있다.



결국, 싱귤래리티를 막연한 두려움이나 환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현실적인 시각에서 AI와 공존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기술을 통제할 것인지, 기술이 우리를 통제할 것인지에 관한 선택은 결국 인간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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