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방사선 치료가 끝나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접은 지 삼 년 차. 욕구불만인지 꿈에서 여행을 갔다. 그것도 외국으로. 호텔 조식을 먹으러 식당에 내려왔다. 이 얼마 만에 해외에서 먹는 아침 식사냐. 버터를 층층이 휘감은 크루아상이 보인다. 그 옆에 딸기잼, 오렌지 마멀레이드, 버터… 달달한 당근 케이크와 시나몬 롤도 있다. 여기가 천국이로구나. 신나게 담아 보자! 그런데…… 어라? 내 접시엔 통밀빵과 사과 한 개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놀랍게도 꿈에서도 암 환자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을지 고민하는 꿈속의 나라니. 이건 반칙이다!! 꿈의 장점이 뭔가. 대리만족 아닌가요. 여기서도 마음 편히 음식을 먹지 못하다니 잔인하다. 통밀빵과 사과가 웬 말이요. 살면서 한 번도 호텔 조식으로 사과를 집어본 적이 없건만!!
자각몽 꾸는 법을 배울까 고민 중이다.
오늘은 마지막 방사선 치료 일이다. 환자들 사이에선 이걸 줄여서 ‘막방’이라 부른다. ‘막방했어요. 축하해 주세요.’라고 카페에 올리면 유방암 환우들이 응원의 댓글을 달아준다. "고생했어요, 축하해요, 앞으로 꽃길만 걸으시길." 짧지만 진심 어린 축하가 묻어 있다. 같은 아픔을 공유한 사람끼리는 길게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속이 사진처럼 선명히 보인다.
매일 보던 방사선사 선생님과도 이별이다. 친절한 선생님과 헤어지는 건 슬프지만 그렇다고 계속 만나는 건 더 슬픈 일. 아쉬움과 고마움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 선물을 준비했다. 짧은 손편지와 함께.
치료받으시느라 고생했다는 선생님 말이 끝나자마자 준비해 간 초콜릿과 비스킷을 건네 드렸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선생님의 눈이 동그래졌다. 고마운 마음에 더 길게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내 뒤에 바로 다음 환자가 들어올 예정이라 치료실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손 편지로 마음을 대신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험 회사에 제출할 방사선 기록지를 떼서 병원을 나왔다. 이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는 끝났다. 하루 한 알, 항 호르몬제인 타목시펜만 복용하면 된다. 앞으로 암 센터에 오게 된다면 ‘정기 검진’ 때문이지 ‘암 치료’가 아니다.
운전대를 잡고 출발하는데 눈가가 뜨겁다. 암 진단 이후, 마음이 눈물 먹은 스펀지가 되었다. 조금만 눌러도 울음이 스며 나온다. 오늘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혼자 차 안에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목구멍까지 치솟는 감정을 여과 없이 토해내며 엉엉 울었다. 기쁜 날인데, 기뻐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