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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많은얼룩말 Feb 22. 2022

사바나로의 초대

다시 시작된 사바나의 하루


타닥타닥 타닥.

열심히 자판을 두드려보지만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라쿤 과장(이하 라 과장)은 오늘도 세명이 해야 할 일을 홀로 처리하고 있었다. 사바나 절친 생각많은얼룩말 작가(이하 얼 작가)가 오랜만에 SNS에 올린 사진과 글에 응원의 댓글을 남기고 싶었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힘든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얼 작가와 라 과장은 직장 동료였다. 꽤 오랜 기간 함께 일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서로 함께 한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다 말할 정도이다. 무채색의 회사 생활을 '사바나'로 만들어버린 이 두 사람의 우정은 얼 작가가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바나는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틀 때 보이는 세계이다.


 오늘도 차가운 사무실 안에서 라쿤 부장은 얼 작가와 대화를 나눈다. 메신저로.


 "저 어제 너무 울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얼 작가님의 글을 보며 힘을 냈어요."

 "울고 싶었다니요? 이번에도 대표님 때문인가요?"

 "네… 그냥 일이 한꺼번에 폭풍처럼 닥쳤어요. 전 한 명인데 세명이 해야 할 일이 던져지니 스트레스가 절로 쌓이는 거 있죠. 이번 주에 여유롭게 월차 내려고 했는데, 그것마저 거절당한 상황이에요."

 "아하… 또 그런 상황에 처했군요."


 라 과장은 그간 있던 일들을 얼 작가에게 토로하고 나자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자, 진단 들어갑니다. 라 부장님은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주 심각한 단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므로 '사바나로의 휴가'가 필요한 상태라 봅니다."

 "닥터 머쉬의 진단인가요?"


 닥터 머쉬(Dr. Mustache)는 사바나의 의사이다. '사바나인들의 주치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마음이 아픈 사바나인들을 주로 치료하곤 한다. 그의 진단과 독특한 처방이 유명한 편이다. 물론, 사바나에서 말이다.


 "네, 닥터 머쉬가 다녀갔어요. 처방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정도의 처방… 웬만하면 잘 안 하시는 거, 아시죠?"

 "처방을 듣는 것만으로도 묵은 스트레스까지 해결됐습니다. 역시, 닥터 머쉬!"

 "지금은 이 정도 필요하다고 닥터 머쉬가 처방전 써주셨어요."

 "처방에 감동하긴 처음이에요."

 "저도요. 그냥 막 내뱉는 줄 알았는데 다 딱딱 들어맞더라고요. 저한테는 SNS 울렁증 극복을 위한 멀미약을 처방해주셨어요."


 어젯밤 얼 작가는 아주 오랜만에 자신의 SNS에 사진과 그림을 올렸다. 최근 얼 작가가 수강한 온라인 글쓰기 강의 강사님이 'SNS 활동'을 강력히 권하셨기 때문이었다. 아날로그파인 자신의 성향과 SNS는 잘 맞지 않는다며 SNS를 오랫동안 접어두고 있던 터라, 얼 작가는 이런 온라인 활동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더랬다. 긴 고민 끝에 자신을 다독여 온라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울렁거리는 속은 얼 작가가 잠이 들 때까지 계속되었다.


 "어떤 멀미약인가요?"

 "멀미약 성분: 자신감 69%, 용기 11%, 무덤덤함 10%, 잠깐의 기억 상실 6%, 창의력 4%. 일단 일주일 치 처방받았어요. SNS에 사진과 글을 올리고 나니 속이 울렁거리더라고요. 올리자마자 '바로 지워버려야 하나' 생각했지만, 멀미약 먹고 잠깐 인스타에 글 올린 걸 잊어버렸어요. 그리고 아침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막 떠올라서 '한 번 더 올려볼 순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SNS 울렁증, 무서운 거군요."

 "네, 정말 장난 아니에요. 그래도 시작을 해버렸더니 이젠 열심히 활동해야겠단 마음이 들긴 해요."

 

 닥터 머쉬의 처방으로 라 과장도 얼 작가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둘이 나눈 대화가 길지는 않았지만, 라 과장이 있던 척박한 사무실에는 사바나의 기운이 스며들어 잔디가 조금 자랐다. 사장님이 라 과장이 있는 방에 못 들어가시는 건 사바나의 기운 때문일 것이라 둘은 이야기했다.


 얼 작가는 라 과장과의 사바나식 대화를 통해 이전처럼 '사바나의 하루'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라 과장님이 퇴근길에 자신의 글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길바닥에 던져버리고 귀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럼 또 회사에서 이상한 일 시키시면, 국번 없이 '얼 작가' 눌러주세요. 바로 연결됩니다."

 "네, 사바나 직통으로 걸게요. 사바나는 아날로그식이니까요."

 "그럼요. 사바나 얼 작가는 늘 대기 중입니다."




많이 피곤하신가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셨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도 얼 작가가 대기하고 있으니까요!


국번 없이 '얼 작가'를 눌러주세요.

잠깐의 신호음이 가는 동안 심호흡을 하고 계세요.

한참 수다 한 마당을 펼치기 위해 호흡이 딸리면 안 되니까요.


오늘도 활기차게!

-사바나 공익광고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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