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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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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많은얼룩말 May 31. 2022

너에게 처음 쓰는 편지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은 불가피하게 상상했던 작품의 다른 가능성들이 사라져 버리는 상실의 순간이기도 하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데이비드 베일즈·테드 올랜드 지음



책을 읽다 이 문장을 만났다. 예술가로서 고뇌를 좀 해보겠다는데, 생각지도 못한 생각이 이 문장에서 파생되어 나의 '이 순간'에 내리 꽂혔다고나 할까.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 몸속에 네가 생명을 움트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불가피하게 상상했던 작은 존재의 다른 가능성들이 말끔히 사라져 버리는 상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다른 그 어떤 존재도 아닌 너, 조이(Joy). 너로 인해 생전 겪어보지 못했던 몸의 상태와 감정을 느끼고 있단다. 울렁거리는 속으로 가만히 있기는 너무 괴로워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젠 빠르게 전환되는 화면만 봐도 울렁임이 너무 커서 책을 열었다지.


가지런하고도 나란히 서있는 글자들이 종이 위에 인쇄되어 있는 모습이 가장 보기 좋더구나. 한 문장 한 문장이 내 생각을 깊이 더 깊이 끌고 내려가 울렁이던 가슴까지 잠재우는 것을 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이 역시 이것이었구나!'하고 감탄하게 돼.


너는 아직 0.5cm도 되지 않으면서 너보다 어마 무시하게 큰 나를 이렇게 흔드는구나. 작은 생명의 씨앗에 담긴 너의 인생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너는 오롯이 너일 테고, 나는 오롯이 나일 거야. 분명 네가 나인지, 내가 너인지 혼란스러워 갈팡질팡 하는 날도 오겠지만 말이야.


우리의 인생이 완전한 마침표를 찍는 그날까지 많이 고되고 힘들겠지. 그래도 우리의 시작부터 끝을 한눈에 보고 계시는 유일한 신 앞에서, 미래를 볼 수 없는 우리는 그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채로 살아보자꾸나. 오늘의 나를, 오늘의 너를 쉬이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가 늘 오늘을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 큰 축복인 듯해.


너는 이미 존재의 의미와 그 고유함을 지닌 채로 성장을 시작했으니, 나는 너의 모든 움직임을 응원한단다. 그리고 너를 조금씩 사랑하게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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