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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많은얼룩말 Aug 11. 2022

오.점.뭐?


"오.점.뭐?"


오늘 오후 1시 반쯤 동생 숑이가 나에게 보낸 메시지엔 난생처음 보는 줄임말이 등장했다. 이 시간대에 나에게 물어볼 법한 말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웃음이 나왔다.


"무슨 말인가 했네. 오늘 점심 뭐 먹었냐고?

오늘은 토마토 파스타!"


"오오, 바로 알아들었구먼!"

 

"오.점.뭐?"는 요즘 젊은이들이(?) 흔히 쓰는 줄임말이란다(="오늘 점심으로 뭐 먹었어?"). 동생과의 대화 맥락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갑자기 툭 물어봤으면 어떻게 감을 잡았으려나. 그래도 신선한 줄임말로 오늘 글의 물꼬를 열어준 숑이에게 감사를 표한다.




남편은 평일 점심시간마다 내게 전화를 걸어 나의 점심 메뉴를 물어본다. 아름다운 2인 공동체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1인이 세끼 중 한 끼를 집 밖에서 먹는데(새로운 음식을 먹을 기회가 있다는 의미) 그 사람이 본인인 것이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끼니를 거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서 그렇다고 한다.


물론 식당에 가서 타인이 해주는 밥을 고민 없이 받아먹으면 되는 남편이 부럽기도 하다. 고민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어찌 되었든 타인이 만들어준 음식이지 않은가! 어제저녁에 내가 만든 음식을, 혹은 오늘 저녁과 똑같을 메뉴를 오늘 점심에는 기어코 먹지 않으려고 늘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는 나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나는 그렇다.


그래도 '집에 혼자 있어도 점심을 잘 챙겨 먹겠노라' 스스로 약속한 후 정말이지, 나에게 미안한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점심을 잘 차려서 먹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점심 상을 차려놓고는 예쁘게 사진을 찍는다. 열심히 찍어서 퇴근한 남편에게 보여준다. 나 오늘도 잘 챙겨 먹었노라고.

 

남편과 더불어 이번 주 내내 나의 점심 메뉴를 궁금해하는 동생 숑이에게 오늘도 난 '나의 점심 사진'을 보냈다. 아무래도 이 두 사람에게 친절히 나의 일주일치 '점심 식단표'라도 제공해야 하나 싶다. 하지만 나의 점심 메뉴는 하루 전날 밤이나 당일 오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그냥 물으면 대답하련다.


오늘 점심 메뉴는 '치즈 오븐 스파게티'였다. 이건 정말 가끔, 뜬금없이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이다. 얼마 전에도 갑자기 너무 먹고 싶어 집에서 남편과 함께 뚝딱 만들어 먹었다지. 피자와 함께 시켜 먹을 때면, 늘 양이 적어 섭섭했던 스파게티. 쿠킹호일에 담겨 배달 오던 치즈 오븐 스파게티. 남편과 함께 먹었던 학창 시절 같은 건 당연히 없지만, 이 이름을 말하기만 하면 서로 같은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바로 그 치즈 오븐 스파게티 말이다. 이젠 집에서 해 먹을 수 있으니 호일 아닌 접시에, 양은 무조건 내 마음대로다.


우리 집엔 오븐이 없지만, 다행히 에어프라이어가 있어 추억의 그 맛을 재현할 수 있었다. 남편과 나는 워낙 면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파스타도 종류별로 자주 만들어 먹었다. 토마토 스파게티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뿌려서 여러 번 먹기도 했다. 하지만 치즈를 팬 위에서 그대로 녹여낸 것과 에어프라이어에 넣은 것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너무 귀찮지만 않다면, 아니 귀찮아도 해야지, 나는 앞으로도 쭉 토마토 스파게티 위에 모차렐라를 뿌려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마무리를 할 테다!


오늘 점심에 넉넉한 1인분을 만들어 먹었더니 오후 내내 배가 부르다. 치즈 오븐 스파게티, 나의 점심 메뉴로 합격이다!



치즈 오븐 스파게티 (1인분 기준)


1. 냄비에 물을 적당히, 소금 1 티스푼 넣어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스파게티 면을 넣고 8분 기다린다.


2. 소스 준비하기

면이 익는 동안 재료를 손질하여 올리브유에 볶는다.


1) 마늘 3~4알을 편으로 썰고, 건 페퍼론치노(이탈리아 요리에 사용되는 매운 고추) 2개를 다져서 마늘과 함께 볶는다(맵기 조절은 자유이므로 페퍼론치노 생략 가능).


2) 양파, 파프리카, 버섯 등 넣고 싶은 채소를 작게(원하는 크기로) 잘라 함께 볶는다.


3) (냉동) 새우와 베이컨도 넣어 함께 볶는다.


3. 잘 볶아진 재료에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 1인분 양을 넣고(보통 소스 1병에 4인분) 잘 섞어주면 더욱 풍부해진 스파게티 소스가 된다.


4. 면이 다 익었다면, 면을 꺼내 스파게티 소스가 담긴 팬에 넣어 잘 섞는다. 이때, 반드시 불을 끄고 해야 한다(면이 더 이상 익지 않도록!).


5. 면과 소스를 잘 섞었다면, 에어프라이어(혹은 오븐)에 넣을 접시에 잘 담고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원하는 만큼 뿌린다.


6. 에어프라이어에 접시를 넣고 180도 5분 돌려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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