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영 (22)
춘천에서 나고 자라 여전히 춘천입니다. 그래서인지 춘천은 저를 지켜주는 울타리 같기도, 옭아매는 창살 같기도 한데요. 그런 복합적인 마음을 가지고 전시에 임했습니다. 프레임에 순간을 담으며, 지난 20년을 회고했습니다. 짧지만 또 긴 그 세월을 몇 장의 사진에 담습니다. 즐겨주세요.
춘천은 숲이 많기 때문에 풍기는‘음산함’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치만 낭만은 늘 그런 곳에 숨어 살잖아요. 그곳에서 일상을 함께 한다는 건 꽤 아름다운 일이죠. 가까이서 보면 뒤죽박죽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삶도 멀리서 보면 충분히 매력적일 테니까요.
춘천의 여름은 특히나 더 습한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 여름을 습도 없이는 설명하기 어려워졌거든요. 근데 어쩌면이 후텁지근한 날씨에서 분위기 있는무게감이 느껴진다고도 생각했답니다.괜히 ‘안개의 도시’가 아니니까요.
어른 시점과 어린 시점을 나눴습니다.
▶️ 어른 시점
옛날에는 맑고 높은 여름의 푸르름을 좋아했다면, 이제는 여름에만 풍겨지는 해질녘의 정겨움을 좋아합니다. 5시에서 6시, 이 찰나의 시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기에 더 귀하고 소중하답니다.
▶️ 어린 시점
나가서 뛰어 노는 것이야 말로 어린이들만이 할 수 있는 행동 아닐까요. 성인을 훌쩍 넘긴 지금은 밖에서 5분만 달려도 지치는 저질 체력이 되었지만요. 어릴 때야 말로 맑고 높은 하늘, 쾌청한 바람 같은 것들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쭉 춘천에서 살아온 제게, 어릴 때와 지금은 춘천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답니다. 그때는 춘천이 정말 산에 잡아먹힌 도시라고 생각했어요. 요란한 숲의 도시, 엘프들이 사는 동네처럼요.
초등학교 뒷편에 아지트 삼을 만한 곳 하나씩은 있잖아요. 그냥 다같이 쓰라고 있는 공간인데, 어린 마음에 아지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나봅니다. 이런 곳이 있으면 친구들끼리 “거기”로 모이라며 괜히 진지한 척 이야기 하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