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우(20)
대학교를 다니면서 심심풀이로 사진을 찍습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고 습했던 것 같습니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아 여름을 테마로 찍었던 경험이 별로 없는데 이번 전시회 참가로 여름이 조금은 즐거워진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을 사진으로 담아 봤습니다.
친구들과 늘 놀던 운동장. 공이라면 일단 던져보고 차보던 그 추억.낡은 농구골대에 주인없는 다 헤진 축구공을 던져 넣어보기도, 친구가 가져온 고무냄새 그윽한 농구공을 던져 넣어보기도 했던그 시간. 학교가 끝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금빛 노을처럼 선명하다.
어렸을 적 키가 큰 형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철봉. 그때는 마천루를 보는 듯 했는데 어느새 손만 뻗으면 쉽게 닿는 높이다. 요즘은 아무리 높은 철봉을 봐도 그때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때의 철봉은 어땠을까. 신록의 이파리에 부딪혀 부숴지는빛줄기와 철봉에 반사되는 태양의 뜨거움은 닿을 수 없는철봉을 더욱 동경하게 만들었다.
어른 시점과 어린 시점을 나눴습니다.
▶️ 어른 시점
이젠 물방울만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긴장감을 내뿜는다. 그때의 얼음처럼 차갑던 물은 여름의 열기를 머금은 탓인지 그때보다 마음이 차가워진 탓인지 미지근하기만 하다.
종이내음 가득했던 도서관에서 너도나도 빌려가던 만화책은 이제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그때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보던 그 즐거움은 선명하다.
이제는 지나가버린 추억을 녹색 철망이 표시해주는듯 서있다. 철망을 경계로 그때의 추억과 지금의 시선이 교차된다.
주위에 굴러다니던 돌을 주워 땅에 투박하게 그려내 친구들과 하던 땅따먹기는 이제 빛바랜 땅에 남아 쓸쓸히 희미해져간다.
다시 찾아와본 학교엔 칙칙하던 그때의 기억과 다르게 화려한 색으로 뒤덮혀 대비를 만들어내어도 차마 그시절 추억에서까지 칙칙함이 묻어나오지는 않는구나.
▶️ 어린 시점
구름다리를 건너보고 싶었고, 구름다리 위에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부족했던 나는 아직 구름다리를 보며 그때의 향수에 잠긴다.
출발선에 서서 출발신호를 기다리던 긴장감. 온몸의 힘을 짜내면 달리던 속도감. 그때 생각해보면 1등을 갈망했지만, 1등은 기억나지 않고 뺨을 스치던 바람만이 더 짙게 남아있다.
가장 낮은 철봉에 매달리며 나는 언젠가 저 높은 철봉을 잡으리 다짐했던 여름의 뜨거움은 매달려있던 나의 손에 새겨졌다.
원래는 더 투박했던 미끄럼틀. 지금은 형형색색의 색깔로 덮혀있다. 태양의 뜨거움을 머금고 엉덩이에 여름을 각인시키던 은빛 미끄럼틀은 자취를 감췄지만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즐거움과 올라갈 때의 고양감은 여전하다.
점심시간에 한창 뛰어놀고 교실로 들어가기 전 식수대를 틀면 나오던 시원한 물줄기는 그 어떤 냉수보다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