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민 (25)
예술의 본질은 흔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유와 호흡 속에서 지나친 것들을 이제는 삶에 새기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이 전시회가 여러분들의 삶에 흔적으로 남길 원하며.
물 냄새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물고기 떡밥 냄새를 좋아한다.돌아가신 큰아빠와, 아버지 셋이 함께 인생 첫 낚시를 갔던 때를기억한다.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지만 꼬소한 떡밥향이 코에맴돈다. 너무 행복했던, 향까지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장면이다.
집 주변에 놀이터가 없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지만 가지 못했다. 뭐가 그리 무서웠을까. 난 여전히 그네를 탈 줄 모른다.
어른 시점과 어린 시점을 나눴습니다.
▶️ 어른 시점
정방향의 강박에 갇힐 때가 있다. 난 그 강박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프레임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가끔 내가 메말라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밑천을 드러낸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난 필사적으로 내 속의 웅덩이 같은 흔적을 찾는다. 비춰지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내 밑바닥을 직면할 용기가 생겨서일까. 잘 모르겠다.
부서진 나무는 생명을 잃은 듯 보이지만 나름의 호흡을 가지고 살아간다. 호흡이 멎었다면 다른 존재들의 호흡이 되어준다. 나의 삶도 그러하길 소망한다.
▶️ 어린 시점
물수제비를 할때면 돌이 튕긴 횟수가 아닌 돌이 남긴 흔적을 좋아했다. 그 흔적 옆으로 물고기가 또 다른 흔적을 남긴 것을 보고 난 던진 돌이 나에게 돌아오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