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니던 때에는, 문제에 정해져 있던 답을 찾는 것이 나의 숙제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였는지, 정답을 찾는 것보다 문제를 찾는 게 더 중요했고, 나름의 답을 찾고 그 나름의 것을 답으로 만드는 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되었다.
누군가에겐 공감하기 어려울 이야기일지 모르나, 나의 경우에는 주로 관계에서 어려움이 온다. 미숙했던 나에 대한 후회와, 못다 한 말에 대한 아쉬움과 같은 것들이 나를 짓누르곤 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하나, 혹여 미워한다면 난 어찌해야 하지? 불쑥 찾아와 나를 웃게 하던 것이, 또 불쑥 사라져 나를 울게 하진 않을지. 이유 모를 불안감과 공허함을 나는 항상 느꼈지 싶다.
이제야 반 정도 지나간 올해는 나에겐 득 보단 실이 많던 한 해였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누구를 잃기도, 그로 인한 감정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은 힘들어졌고, 우습게도 나를 힘들게 한 건 나의 늘어난 업무량이 아닌 그로 인해 날이 선 주변인들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내가 부족했던 그 순간에 왜 나는 더 나은 사람이지 못했나. 관계에서 오는 모든 힘듦의 원인은 그게 너여야만 했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이해하면서도 그게 너였으면 하는 것은 나의 미성숙함이었을까.
그렇게 지쳐가던 때, 딱 적절한 날씨에, 적절한 때에, 적절한 친구와 하동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향한 모든 시선과 공기마저도 여지없이 푸르렀다. 꾸밈없이 자연한 모습에 ‘좋다’, ‘아름답다’ 하는 표현보다는, ‘편안하다’, ‘적절하다’ 하는 표현이 떠올랐다. 어쩌면 급히 내린 소나기에 잠시 멈춰 비를 피한 것이 나에겐 다행이었구나, 잠깐이었지만 꼭 필요했던 쉼이었구나 싶었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또다시 무언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겠지만, 끝에 가보기 전까지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잘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공존하기에 더욱 어렵다.
그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미숙할 테고 부족할 테고 어리숙할 테고 또 아픔에 휘청일 테지만, 그마저도 여지없이 나의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어제마저도 꾸밈없는 푸르름이어라. 그로 또 나와 나 아닌 누군가의 마음속에 거창하지 않은 쉼이 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