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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준 Jul 31. 2021

나와, 또 모두에게,

부정 끝에 소망을 담아 편지합니다.

한 해가 벌써 반이 갔습니다.

20대의 나이도 빠르게 지나가네요.

게임과는 다르게 한 것도 없이 레벨만 올라 두렵다가도,

이내 두려울 새도 없이 감당하기 힘든 것들에 치이는 요즘입니다.


돌아보니,

어렸을 때에는 무엇이든 되는 줄 알았습니다.

부당함 앞에서는 법조인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아픈 몸을 보고는 의사가,

아픈 마음에는 마술사가 될 줄 알았고,

마법이 필요했다면 마법사라도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어른이 되어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박한 일상의 즐거움들을 맘껏 누리며 살겠지,

어렴풋이 그렸습니다.


그게 그렇지도 않더군요.

‘훌륭한’은 둘째치고 어른이 되는 것도 참 어렵습니다.

아직까지도 어른이 뭔지,

그 간단한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좁아진 시야의 안갯속에서,

이상과 현실이라는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잘 알지도, 보이지도 않는 길을 하나 택한다는 게 덜컥 겁이나,

제가 지켜야 했던,

저를 밝혀주던 것들에 눈을 감고,

21개월의 유예를 가지려 도망쳤습니다.


한편엔 시간이 걸리면 길이 보일까 했지만,

어쩌면 아이처럼 회피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지 모릅니다.



뭐든 쫓으며 살고,

쫓고 난 것에 쫓기며 살고,

그 후의 공허함에 도망치며 살다

하루하루 또래들과 무엇도 없이 사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와중에 또 무언가 쫓고 있는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모두는 쫓으려 사나 봅니다.



“누구는 뭐든 잘하니까” 하는 칭찬과 응원의 말이 이제와 생각해보면 참 무섭습니다.

뭐든지 잘하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입니다.

아니, 정말 원하는 것 하나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렵습니다.

자신이 만든 벽에 부딪혀 무너지는 친구에겐,

충분히 잘하고 있고,

스스로 보기에 못해 보여도 그게 무엇이든 하고 있음에 괜찮다 말하지만

정작 스스로에겐 쉬이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하는 맘이 참 초라합니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사는 것도 아닌데,

이따금 맘이 지옥인 것은,

부유하는 생각들이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자전거를 타고 그림을 배웁니다.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아 그 시간만은 행복합니다.



이와는 다른 사람들도 있다던데

스스로 돌아보며

전생에 죄가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아픔에도 웃음으로 갚아 이 생에 죗값 다하고 가리라 합니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였던 ‘집으로’와 ‘신과 함께’를 짧게 봤습니다.

사랑에 항상 공존하는 것은 헌신이었음에도,

왜 뒤따르는 것은 미안함인 걸까요.

그럼에도 그리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고통에 뒤척이며 하루하루를 보낼 때,

그저 옆에 있어주신 당신께,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다며

가르쳐주신 당신께,

더할 나위 없는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6.5 정도 되는 나이에 와있는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에는

제 마음이 체온만큼만 따뜻해졌더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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