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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라 Dec 08. 2024

리사의 대충 레시피

1. 어묵볶음

"당신이 제일 잘하는 요리는 뭡니까?"

"어묵 볶음입니다."

30년을 이렇게  말해왔다.

그리고 그 대답의 리액션은 한결 같았다.

상대는 마치, 고작? 겨우? 에게? 그따윌? 이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내가 이 이야기를 이토록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는 정말 어묵볶음이기 때문이다.

어묵, 어렸을 때는 오뎅이라고 불렀던 이 재료에는 여러 가지 기억이 있다.

국민반찬 삼대장이라고 하면 오징어무침, 어묵볶음, 멸치조림을 말할 수 있듯이

이 반찬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반찬이다.  그래서 기억 또한 많다.

1980년대 초반, 엄마 심부름으로 인근 시장에 가서 콩나물 백원치, 어묵 오백 원 치, 두부 한모를 사 오던 일이 흔했고, 어묵 500원 치를 사러 가다가 돈을 잃어버려 삼 형제가 나란히 벌을 서던 일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으로 지폐였던 오백 원짜리가 동전으로 발행되어 신기해하며 서로 구경하자며 돈을 건네다가 떨어뜨려 잃어버렸던 것으로 기억했다. 기억이 흐릿하여 500원짜리 주화 발행 연도를 보니 1982년도로 검색된 거 보니 내 기억이 다르진 않구나 싶다.


아무튼, 내가 첫 이야기와 첫 레시피를 어묵볶음으로 잡은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오 학년 때부터 음식을 해야 했었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동생의 도시락을 싸야 했던 내가 가장 처음에 한 요리가 바로 어묵볶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해에 헤어졌던 그 남자는 헤어지자는 나의 말에

"난 이제 식당 가서 오뎅만 봐도 너 생각나 눈물이 날 거 같아"라고 한 기억이 있다.

과연, 그 남자는 정말 눈물을 흘릴까?

그의 마법 같은 주문은 되려 내가 어묵볶음을 할 때마다 그가 생각나게 했다.

언제고 우연히 그와 내가, 내 작품이 올라가던 공연장 앞에서 마주쳤을 때 나는 대뜸 물어봤다.


"니 정말 식당에서 오뎅 볶음 보고 운 적 있나?"라고!


어묵에 대한 세 번째 기억은 바로 나의 소원이다.

어릴 적 나의 소원은 오뎅공장 사장과 결혼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어묵을 좋아했던 나, 그리고 실제로 나의 절친 중에 공장 사장은 아니지만 부산어묵의 대구 경북판권을 가지고 판매하는 유통업 사장이 있다. 그리고 중국에서 한국 어묵이 먹고 싶어서 그 친구가 직접 배달해 준 일도 있었다.  아직도 그 친구를 만나면 농처럼 말한다.


"네가 내 이상형인지를 니가 결혼하고 나서 알았다 아이가!"


자 이제는 본론으로 들어가 이 어묵을 어떻게 볶아야지 맛있을까?

솔직히 요즘이야 워낙 요리레시피가 흔해진 마당에 이렇게 대충 이야기해 줄 거면~ 그냥 동영상 볼래요!라고 말하겠지만 솔직히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는 게 의미 없다. 그걸 그대로 따라 하면 다들 요리사가 되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유는 요리의 간은 자기 간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충 가르쳐 줄 것이다.

포인트만 알면 된다.


자 이제~ 재료를 준비해 보자.

어묵, 대파, 마늘, 고은고춧가루와 일반 고춧가루, 식용유, 설탕, 간장

우선 미리 이야기해 둘 것은 모든 고춧가루는 고은고춧가루와 일반 고춧가루를 같이 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색감을 내기 위해서이다. 고춧가루의 입자가 굵으면 그 고춧가루가 간장을 빨아 당긴다.

그래서 색깔이 예뻐지기 전에 간장을 흡수하여 간이 짜기거나 음식이 너무 됨직해질 수 있다. 그러기에 나는 고운 고춧가루를 같이 사용하는 레시피가 많다.


자, 첫 번째 팬을 달군다. 그리고 달군 팬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넣고 대파를 넣어 파를 볶다가 어묵을 넣는다.

설탕, 고춧가루, 간장 순으로 양념을 넣고 마늘을 투하하여 볶아 주면 끝이다.

설탕, 고춧가루, 간장은, 1대 1대 1의 비율로 넣고 혹시 간장이 모자란다 싶으면 참기름을 둘러 볶아줘야 한다. 이 대충 말해주는 레시피를 보며 다들 '뭐야~ 그래서 얼마나 넣으라는 거야?'라고 말한다면 솔직히 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애매하다. 집에 요리할 때 저울을 놓고 그람수 재어서 요리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묵 1장의 무게는 회사마다 다 다른데!  그래서 대충 생각해 보면 어묵 2장에 한 숟가락이 기준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대 1대 1의 비율이라는 것과, 절대 물을 넣으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튀긴 어묵은 볶을 때 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어묵을 볶을 때는 스피드가 생명이니까 한번 볶았다가 양념을 넣을 때는 불을 끄고 하는 게 실패할 확률을 줄인다.


자~ 이제 나는, 여기서 나만의 팁을 이야기해드리고 싶다.

아시다시피, 요즘 나는 한식뷔페의 조리장으로 있다. 한식뷔페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 어묵볶음

간장과 굴소스에 볶았다가, 고춧가루에 볶았다가, 고추장에 볶았다가~ 어느 날에는 채를 썰었다가 어느 날에는 다이아몬드 꼴로 썰었다가 어느 날에는 그냥 사각으로 썰어 다양하게 조리되고 있는 흔하디 흔한 어묵볶음. 다량을 조리할 때, 이 레시피대로 하면 망한다. 이유는 상온에 노출되어 장시간 있어야 하는 어묵볶음을 물 없이 조리했을 경우에는 말라버리기 때문이다.

자 그럴 때는 어묵을 조리하기 전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시켜야 한다.

소쿠리나 채반에 어묵을 널어놓고 뜨거운 물을 틀어 놓던가! 혹은 끓는 물에 어묵을 담갔다가 꺼내던가 해서 어묵이 말랑말랑 야들야들해진 상태에서 조리를 하는 것이다.


자 기억하시라!

파기름을 내고, 물을 넣지 말고 필요하면 참기름을 넣고, 고춧가루는 고은 것과 굵은 것을 반반 사용하는~

설탕, 고춧가루, 간장 순으로 빠르게 넣어 비빈다.


만약에 처음 시도했고 망할 거 같으면~ 김밥용 김과 단무지를 사놓고, 망했다 싶으면 그 걸로 김밥을 싸면 된다. 김에 말면 그 어떤 맛없는 재료도 멋진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수술이 예정되어 있는 나에게 동생은 말한다.

"언니야. 니 수술 들어가기 전에 내한테 꼭 어묵볶음 레시피는 말해주고 가래이~"


내게 어묵볶음은 그리움이다.

어릴 적 엄마가 양은냄비에 어묵볶음을 해주면 꼭  그 냄비를 달라해 밥을 넣어 비벼먹었다. 삼 형제는 어묵을 볶았던 양은냄비를 쟁탈하기 위해서 싸웠고, 그 싸움을 보던 엄마는 볶은 어묵의 반은 밥상 위에 반은 냄비 안에 남겨두시고 우리에게 냄비를 건네줬다. 삼 형제는 그 냄비에 밥을 세공기 다 넣고 볶아 볶은밥을 나눠 먹었다. 그래서 어묵볶음이 그리운 날에는 그 시절이 그립고 그때의 내가 그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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