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8개월 차의 사정(事情)
정말 길고 길었다.
'육아 휴직하고 치앙마이 가요~'한 지 무려 180일.
반년이나 지나버렸다. 무소식이 희소식.
글 따위 한번 올릴 겨를 없이 재밌게 보냈던 것이었다.
기대했던 유유자적(悠悠自適)의 삶. 슬로라이프!
파이널리 아이디드 잇 하고 말았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한국 생활의 모든 것을 정리하느라 너무 바빴다.
살고 있던 집. 아내가 운영하던 가게.
하던 일의 마무리. 아이들 학교.
그리고 태국에서 살 집. 학교. 비자. 강아지 수출(?)
정말 하루하루 애태우며 마음 졸이는 날들이었다.
코시국. 실마리를 찾기 어렵던 일들이 차츰 정리됐고,
하여튼, 여하튼, 아무튼, 어쨌든..
2021년 12월 1일. 치앙마이에 무사 입성했다.
이곳의 생활들은 기대했던 바 대로
좋다. 즐겁다. 아름답다. 행복하다. 여유롭다. 재미있다. 신기하다. 신난다. 기쁘다. 만족한다.
2년 전에 한 달 살기로 와봤었기 때문에 대략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1년 텀으로 오니까 선택의 폭이 더 많아졌고,
더욱 바람직하고 슬기로운 생활들이 펼쳐졌다.
날씨 좋고,
생활비 저렴하고,
사람들 친절하고,
한국의 답 없는 뉴스와 가십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아도 되고,
옆집애 간다는 학원에 우리 애 같이 안 보내도 되고,
한국에서 흔치 않았던 라이브 바, 그리고 야시장, 먹거리 천국..
앞마당에서 별 보고, 불멍 하고, 술 마시고..
애들이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한국에 배달비 8천 원 한다던데?
여기는 보통 12-15밧(500원)
편의점 껌 하나도 배달해 주니까 넘나 편리.
인터넷 겁나 빠르고, 가게마다 QR결제 시스템 얼마나 편한지..
강아지 키우기도 좋다. 잔디밭 에브리웨어.
애견샵 목욕하고 부분컷 하는데 5000원..
지난주에는 푸껫을 다녀왔다.
서울과 부산이 그러하듯.
이곳도 지역마다 문화가 많이 다르다.
특히 푸껫에서는 치앙마이에는 보기 어려운
신선한 해산물.. 특히 회를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세계적 관광지를 국내 여행하듯 2시간 만에 닿아버리는 클라스.
여하튼 일일이 열거할 거 없이.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누리고 있다. 은혜 은혜로다!
물론 한국이 그리울 때도 너무 많다.
친구들, 동네 이웃들, 그리고 단골 가게..
횟집. 포장마차. 냉면.. 아 그리고 '쿠팡 당일배송' 뭐 이런 것들.
이제는 비행길도 열리고,
한국은 전 국민이 슈퍼 면역력을 갖게돼 격리 따위도 없어지고.. 한국에 가는 것도 수월해지겠지?
애들 여름방학 때는 한국을 포함해 해외 나들이도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요즘에 잠을 잘 못 잔다.
이 영광스러운 시절이 유한하다는 탓에.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고민 탓에.
어찌하면 좋을까나?
가장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서..
타이마사지를 받으러 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