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의미에서 달리기는 내 삶에서 멈춤의 순간이고 파고 사이에서 파장처럼 뛰는 심장이다"
전날 친구들과 송년회가 있었고, 12시가 넘어서 겨우 집으로 기어들어와서 나가지 않은 것 마냥 고이 잠이 들었다.
5시 40분. 드드드드 ㄷㄷ~ 알람이다.
이불속에서 수십 번을 고민했다. 바람소리가 들렸고, 남의 편의 눈치가 겁나 보였다. 전날이 아닌 오늘의 숙취도 가시지 않은 깜깜한 새벽. 이러다 죽어~ 오늘은 참아. 코 자자. 응?
허나 송정의 일출이 떠올랐고, 영혼은 이미 파도 따라 달리고 있었다.
거침없이 이불 킥~
칼바람 강하게 불며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일기예보가 스쳐갔다.
핑크 내복 위에 레깅스, 러닝복. 노랑 부피아 바막에 오늘의 드레스코드, 크리스마스 룩(빨강, 초록)을 완성해 줄 초록 크리스마스 안경도 장착하고 눈곱 띠고 모자 눌러쓰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크리스마스 이브런 : 12.24km 해운대 ~ 블루라인파크 ~ 청사포 ~ 송정 해수욕장]
크리스마스이브날 새벽의 동백공원
그들이 있다. 마피아. 마피아계의 전설 같은 부피아.
알록이 달록이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런을 함께 할 루돌프, 산타, 공룡, 눈사람과 뽀로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목에 두르고 그들과 함께 이브의 아침을 달렸다.
해운대를 찢어놓고, 청사포를 살포시 지나 송정의 태양 속으로 내달렸다.
겨울 바다, 구름 위 태양, 태양을 보듬는 그들. 심장이 뛴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뜨거운 겨울이었다.
사는 게 숨이라면 들숨과 날숨은 살아가는 방식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 들숨에 칼바람을 삼키고 날숨에 다정한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 가슴속 뜨거운 안녕은 그때 내보내야 한다. 들숨과 날숨 사이 찰나의 멈춤이 영원처럼 깊다. 들이쉬고 내 쉬는 사이. 마루와 골 그 파고의 사이. 골과 골 사이의 파장. 파도의 깊이는 영원처럼 깊다. 삶이 쉼 없는 숨이라면 멈추는 시간을 영원처럼 깊이 살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달리기는 내 삶에서 멈춤의 순간이고 파고 사이에서 파장처럼 뛰는 심장이다.
겨울을 뜨겁게 사는 법. 그들을 태양처럼 보듬고 가슴 터짓듯 달리면 된다.
콧물이 까꿍 인사하고 두 볼이 태양처럼 밝아오면 내 삶도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리라.
"흰여울 님, 약해. 약해. 이거 목에 감자"
준비해 오신 빨간색 트리를 목에 솔찬히 둘러주시는 손길에 꼬마 아이처럼 우두커니 섰다.
다정한 손길에 뛰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다.
바보 같은 트리가 되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해운대 바다를 있는 힘껏 달렸다.
코 흘리는 노란 유치원생이 되어 칼바람에도 까르르 즐거웠다.
*마피아 : 마라톤을 피크닉처럼 즐기는 아이들
*부피아 : 부산 마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