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그 후
소음인에 가까운 나는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이다.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기운이 빠져 쉽게 지치고 피로해 하루가 엉망이 된다. 이러한 나는 축구, 농구 같은 격한 운동보다는 탁구, 배드민턴, 산책과 가벼운 조깅이 이롭다. 손과 발이 매우 차가워 일을 몰아서 휘몰아치면 발에서부터 올라오는 냉기가 온몸에 퍼지는 것을 느꼈고, 기력이 딸려 잠시라도 누워서 몸에 온기가 채워지기를 기다리지 않으면 힘들었다.
산과 바다를 좋아하는 나는 걷고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쾌청한 새벽공기를 느끼거나 노을이 아름답게 물들면 집안에만 있을 수 없어 가까운 어디라도 뛰쳐나가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한 내가 달리기를 시작했고, 나의 호흡과 심장 박동을 느끼며 자연에 동화되는 순간의 환희를 느끼고야 만다. 달리기를 시작하는 처음이 힘들어서 그렇지 막상 달리기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심박이 오르면 그때부터 묘한 쾌락이 나를 감싼다.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 한 두 달째 접어들며 몸무게는 애쓰지 않아도 빠졌다.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못생겨졌고. 한동안은 눈꺼풀이 떨리고, 달리고 나면 쓰러지듯 잠을 자느라 하루를 통으로 날려버릴 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 시기를 지나고 나면 10km 정도를 달리고 와도 하루일과에 지장이 없고 오후 등산까지 가능해진다.
손발이 유독 차가워 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다녀야 할 정도였던 몸은 어느새 악수를 하면 온기를 전해줄 정도로 따뜻해졌다. 발에서 땀까지는 아니지만 쿰쿰한 냄새가 날 정도로 열기도 느껴진다. 삼식이이고, 저녁 술시를 좋아해서 모임을 나가면 2차 3차까지 달려도 다음날 몸무게 변화가 거의 없다. 많이 먹고 싶으면 더 많이 달린다.
달리기는 몸의 군살뿐만 아니라 마음의 군더더기도 빼준다. 의존적인 삶에서 자주적인 삶으로 스스로 나아간다. 그렇게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주변에서는 달리는 나를 보며 적극적이고 열정이 가득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자꾸 들으니 적극적인 면이 없지만은 않은 것 같다.
달리는 행위는 힘들지만 힘들어 죽겠다로 끝을 맺지는 않는다.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 잘했어! 늘 마지막은 칭찬과 보상이 뒤따른다. (션한 맥주 한잔 같은 거.)
여러모로
달리기는 개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