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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Jan 23. 2022

순환경제 관점에서 바라본 광주 아이파크 철거 논란

불안하니 철거하자라고 말하기 전에

광주 아이파크, 조건없는 전면 재시공이 답일까?


얼마 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나서 5명이 실종되고 1명이 사망했습니다. 실종자들이 빠르게 발견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붕괴사고 이후 해당 아파트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도 회장직에서 사퇴하며 완전 철거 후 재시공을 고려하겠다고 하고, 이용섭 광주시장 또한 아파트 공사현장을 철저히 점검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합니다. 

한편 인터넷 여론이나 예비 입주자의 여론은 조건 없는 철거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해당 아파트의 예비입주자 대표회의를 이끌고 있는 이승엽 씨는 조건 없이 전체 8개동을 철거한 후 재건축을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아파트 철거로 최소 3백만 그루의 나무가 없어진다고?


만약 안정성에 문제가 있어 철거한다면 현대산업개발의 비용으로 철거할 것이고, 안정성에 문제가 있지 않다는 결론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불안하다”라는 이유로 철거가 결정되는 경우  예비입주자들과 정부, 건설사가 어떻게 비용을 분담하는지에 대한 협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철거가 결정된다면 이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는 우리 모두, 심지어 전세계 인구가 모두 부담해야 할 비용이 있습니다. 바로 온실가스 배출입니다.

해당 아파트를 짓는데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들어갔을지를 판단하기는 현장실사 등이 없어서 쉽지 않지만 매우 뭉뚱그려서 계산할 수는 있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철근 콘크리트를 기본으로 시공했다고 하는데요,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아파트를 지을 때 1제곱미터당 0.25톤의 시멘트가 투입되며, 건설업계에 따르면 고층아파트를 지을 때 3.3제곱미터 당 350kg의 철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해당 아이파크 아파트의 전체 연면적이 16만 2565세제곱미터이고, 현재 공정률이 60% 수준이므로 시멘트 약 24 385 톤이 투입되었고 철근 약 10 345 톤이 투입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시멘트 톤당 0.9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철근 톤당 0.4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이를 통해 다시 계산하면 시멘트 생산에 21 947 톤, 철근 생산에 4 138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었으며 합쳐서 약 26 085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었습니다. 이는 약 3백만 그루의 나무가 1년동안 흡수할 수 있는 탄소배출량에 해당합니다. 물론 구조상 문제가 있어 철거를 해야만 한다면 어쩔 수 없겠으나, 만약 아파트의 구조적 문제가 없는데도 “불안해서 어떡하냐”라는 이유로 철거된다면 죄없는 3백만 그루의 나무가 사라지는 것과 유사한 결론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한편 시멘트와 철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료를 채굴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생산된 시멘트와 철근을 공사 현장까지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공사 현장으로 노동자들이 출퇴근하며 발생한 온실가스, 건설 과정에서 크레인 등 각종 기계의 작동에 사용된 온실가스 등은 모두 계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의 3백만 그루는 최솟값에 가깝습니다.

만약 철거를 한다면 철거를 위해 추가로 온실가스가 소모될 것이고, 엄청난 양의 건설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또다시 온실가스가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발생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온실가스 상쇄효과가 일어나겠으나 이는 매우 미약한 수준일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불안하다”라는 이유만으로 철거 후 재시공이 결정된다면 수많은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것임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자원효율성과 순환경제를 생각해보자


유럽연합은 순환경제 액션 플랜을 통해 수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였고, 한국 또한 한국형 순환경제 이행계획을 수립하여 비슷한 논의를 본격화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고칠 수 있는 물건을 버리고 다시 사는 것은 자원의 낭비로 이어지고, 온실가스의 증가로 귀결되므로 가능한 수리해서 오래 쓰고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자는 의도에서 나온 정책입니다.

입주자들의 불안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불안하다고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안전점검을 거쳐 아파트의 철거 여부가 결정되었으면 합니다. 만약 안전점검 결과 약간의 이상이 있더라도 보강공사 등을 통해 충분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광주 아이파크 철거 논란 과정에서 환경 관점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우리 시민들이 “자원 효율성”과 “순환경제”의 중요성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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