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잡으려고 벽을 망치로 부숴야 하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육부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새 학기 개학 후 2주간을 '새 학기 적응주간'으로 운영하고 이 기간 학교가 단축수업이나 원격수업을 탄력적으로 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학교장의 판단 하에 전면 원격수업이 실시될 수도 있습니다.
학교를 폐쇄하면 일부 감염의 확산이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소중한 현장 교육의 기회를 잃게 됩니다. 학교 폐쇄의 비용(교육 손실)에 비하여 편익(감염의 확산 감소)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학교 폐쇄가 확산 감소에 미치는 영향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은 저의 능력을 벗어나므로, 비용에 대해서만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유니세프는 얼마 전 학교 폐쇄의 충격에 대한 국가별 사례 탐구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사례를 보면 가장 부유한 학생들은 예상보다 더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였으며, 가난한 학생들은 예상보다 낮은 학업 성취도를 나타내었다고 합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교사가 학생의 집중도를 관찰하고 필요에 따라 개입할 수 있는 현장 수업과는 달리 원격수업에서는 교사의 직접 개입이 불가능합니다. 결과적으로 부모님이 관찰할 수 있는 상류층 자제가 수업 참여도가 높습니다. 심지어 조손 가정의 경우 조부모가 원격수업에 지원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개인 방, 개인 학습 장치(태블릿, 노트북 등) 등 독립된 학습 환경이 있을 확률이 높은 상류층 자제와 비교하여 가난한 학생들은 적절한 학습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코로나19는 소득의 양극화 또한 가져왔습니다. 소득 수준이 낮은 부모들은 사교육 또한 중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교육 양극화를 강화합니다.
한편 의료서비스 등 필수직종에 종사하는 부모의 경우, 학교에 가지 않는 자녀를 돌보기 위해 휴가나 휴직 등의 형태로 집에 머무르게 된다면 오히려 의료체계의 부담과 필수 서비스 운영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교 폐쇄의 결과는 불평등의 강화입니다.
유니세프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에 비하여 2020년 학교 폐쇄 이후 한국 학생들의 스트레스 요인이 증가하였다는 잠재적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잠재적 증거이므로 조금 더 광범위한 증거 확인이 필요합니다.
한편 <포브스>지는 학교 폐쇄가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한 논문에 대한 기사를 냈습니다. 11개국 80,000명의 학생들을 조사한 해당 논문에 따르면 학교 폐쇄를 경험한 영국, 중국, 캐나다, 방글라데시, 브라질 등 모든 국가에서 불안과 우울증의 수준이 증가하였으며, 가난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더 큰 정도의 정신 건강 악화를 경험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심지어 학생들은 더 많은 자살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락다운 기간동안 발생한 26건의 학생 자살 원인을 분석한 영국의 조사관들은 락다운이 자살 원인의 최대 48%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학교 폐쇄의 충격은 정신 건강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학교 폐쇄로 학생들의 생활 리듬이 손상되며 수면 패턴 또한 손상되었음이 영국과 중국의 사례에서 드러났으며,
건강과 영양을 고려한 학교 급식이 중단됨에 따라 인도,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이 심화되었으며 미국은 2개월 동안 학교를 폐쇄하는 경우 유년기 비만이 11% 증가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폐쇄는 학생들 신체와 정신 건강의 악화를 가져옵니다.
<교육 경제학>은 139개국 1 120건의 광범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의 교육이 미래의 연간 소득을 8% 증가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힌 연구를 토대로 영국의 싱크탱크 IFS는 생애노동소득이 1백만 파운드임을 고려할 때, 교육 폐쇄가 학생 1인당 소득 4만 파운드(6천 5백만 원)의 평생 소득 손실을 가져올 것이며, 870만 명의 모든 영국 학생은 총 3500억 파운드, 우리돈 569조 원의 소득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원격 교육, 보충 수업 등을 통해 추후 75%의 교육 손실을 복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우리 돈 142조 원의 소득 손실이 발생할 것이고, 이는 연이어 세수의 감소를 이끌어내고 복지와 공공 투자의 명확한 손실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은 2016년 기준 한국인의 생애노동소득이 약 11억이라고 합니다. 동일한 방법론을 적용한다면 한국에서는 학생 1인당 4천 4백만 원의 평생 소득 손실을 가져왔고, `22년 기준 750만 명의 모든 한국 학생이 잠재적으로 잃을 소득의 총합은 330조 원에 달합니다. 원격교육 등으로 75%를 복구한다고 하더라도 1년 가까운 학교의 폐쇄로 82조 원의 평생소득이 사라졌고, 이에 따라 소득세 등 세수의 감소 또한 엄청날 것입니다.
전면등교 등이 시행되었으므로 학교 폐쇄의 기간이 1년이 되지는 않고, 생애노동소득의 기준(2016년)과 학령인구 기준 등이 다르며 원격 교육으로 일부 복구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계산은 아니겠으나 학교의 폐쇄가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것임은 틀림없습니다.
학교 폐쇄는 미래의 파괴입니다.
학교의 폐쇄는 스웨덴 안데스 테그넬 국가전염병학자가 말한 것처럼 "망치로 파리를 잡는 것"에 가깝습니다.
학교를 닫으면 파리를 몇 마리쯤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학교를 닫는다고 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파리 잡겠다고 벽을 망치로 때리면 망가진 벽은 복구할 수 없습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지금 학령인구의 코로나19 사망률은 0%입니다. 학교 폐쇄로 인하여 학생들에게 가는 피해는 크지만, 그로 인해 학생들이 볼 수 있는 이익은 매우 작습니다. 학교 폐쇄로 인해 학생들이 받는 장기 영향은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못합니다. 적어도 학생들에게는 코로나19의 감염보다는 학교폐쇄로 인한 신체와 정신 건강 악화, 그리고 생애 소득 감소가 더 무서운 일임은 분명합니다.
2020년 봄 1차 확산 당시 학교를 폐쇄했던 수많은 유럽 국가들은 2020년 가을 2차 확산이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만은 문을 열어두었습니다. 스웨덴 공중보건청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 사무총장 역시 전염병 대응 동안 가장 잘 한 것으로 "학교를 열어둔 것"을 언급할 정도입니다.
교육부가 해야 하는 일은 학생들의 코로나19 위험에 대해 과장하는 일이 아닙니다. 학교 폐쇄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분명하게 알려 아이들에 대한 걱정에 학교 폐쇄를 요구하는 부모님들을 말리고, 부모님들께서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입니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전쟁이 나도 안 없어지는 게 학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