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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Mar 01. 2022

방역패스, 질서 없던 입장과 질서 없는 퇴장

남은 것은 상처뿐

오늘부터 방역패스 제도가 일시중단됩니다.


방역패스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백신접종-신속항원-기존 감염 증명이 필요했는데,


확진자가 폭증하며 검사 인력의 업무가 과중해지고 있어 증상이 없음에도 방역패스 발급을 위해 검사를 받는 사람들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음성확인서를 발급하는 보건소의 업무도 과중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역패스 중단을 통해 검사인력은 증상이 있는 사람들의 검사에 집중하고, 보건소 인력은 재택치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될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중단된 방역패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방역패스 폐지를 공약하자마자 정부 입장이 돌변했다고 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어떤 근거로 방역패스를 강요하고 어떤 효과가 있었으며 지금 시점에 중단한 과학적 근거에 대해서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민의힘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들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정부는 2월 24일 대구시에서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60세 미만에 대한 방역패스가 중단되었을 때 안정적인 방역 관리를 위해 방역패스가 꼭 필요하다라며 즉시항고를 검토하겠다고 한 바가 있습니다.



4일 사이에 갑자기 왜 태도가 돌변했을까요?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오락가락하는 메시지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킵니다.


생각해보면 방역패스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위험한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으나, 건강하고 젊은 미접종자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접종자보다 코로나19로 중증에 빠지거나 사망할 확률이 훨씬 낮습니다.


정말로 위험한 사람을 보호하려면 접종 여부에 관계 없이 기저질환자나 60세 이상은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하면 접종할 수 있는 백신과는 다르게 지나간 세월은 돌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밀 건강검진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되어도 중증이나 사망확률이 낮다고 판단되면 "건강 패스"를 발급해서 기저질환이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외부 활동을 허가하는 방법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건강 패스에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은 위험하니 정부가 보호해주겠다는 명분 하에서 집에서 머물러야 하는 걸까요? 이러한 "건강 패스" 제도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자유의 침해이고, 기저질환이나 고령층들이 일상을 즐기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본질적으로 박탈해버리는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방역패스 또한 말이 되지 않았습니다. 방역패스 또한 자유의 침해였기 때문입니다.


자유와 권리에 대한 진지한 논의 없이 방역패스가 도입되었던 그 때처럼,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해제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정부와 언론은 방역패스 중단으로 백신 접종의 동력이 상실됨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제 백신을 맞지 않아도 자유를 누릴 수 있으니, 굳이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방역패스 논란을 겪으며 백신은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 맞는 것"으로 그 의미가 변질되어버렸습니다.

백신이 개발된 이유인 "중증과 사망 예방" 효과가 모두에게 잊혀져버린 것입니다.

백신 미접종(왼쪽)과 접종(오른쪽)의 인구당 사망자 수. 출처: 스웨덴 공중보건국


일부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백신접종 이후 사망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형성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기 전에 도입된 방역패스 정책은 접종을 망설이거나 거부하는 분들이 가지고 있던 불안감을 더욱 강화시켰으며, 이러한 우려감이 해소되지 못한채로 계속해서 사망 사례(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습니다)가 누적되며 백신 접종자마저 백신에 대한 불신이 매우 커졌습니다.


방역패스 이후 백신접종자들은 백신의 효과를 믿어서 맞았던 걸까요, 아니면 방역패스를 위해 맞았던 것일까요?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매우 커졌고, 앞으로 다른 전염병이 나타나서 백신을 맞아야 할 때 유의미한 접종의향 감소로 연결될 것입니다. 

백신에 대한 이미지가 망가진 것, 접종자와 미접종자 사이의 분열, 불투명하고 오락가락하는 의사결정에 따른 정부에 대한 신뢰 저하 등 방역 패스가 남긴 상흔을 치유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입니다.


방역패스는 질서 없이 등장했던 그 때처럼 질서 없이 퇴장했습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상흔을 치유하는 것은 다음 정부의 몫이겠습니다만 이번 혼란을 통해 모두가 소중한 교훈을 얻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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