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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 Mar 03. 2023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늘

부자연스러운 밀물과 썰물

젠트리피케이션이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사용한 말로 하층 계급 주거지역이 중산층 이상의 계층 유입으로 인해 고급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이에 따라서 기존의 하층계급 주민은 치솟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살던 거주지에서 쫓겨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용어를 처음 접했던 지문은 비문학 책에서였다. 문래동과 을지로 등을 예로 조금씩 소규모 공방이나 카페, 음식점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SNS를 타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문래동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이전에는 나에게 신도림과 영등포 그 사이에 위치한 공간에 지나지 않았었다. 오히려 철공소가 많은 곳으로만 기억되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유명한 맛집들이 SNS를 타고 홍보되기 시작하면서, 주말이면 사람들이 웨이팅을 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몇 달 전 방문했던 을지로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워낙 방문해보고 싶었던 카페가 있었기에 아침 일찍 방문했으나 이미 사람들도 바글바글했다. 당최 엘리베이터도 없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허름한 건물에 왜 사람들이 몰리는지 초반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새로운 공간으로의 분위기 형성은 원주민에겐 그저 턱없이 높은 월세와 임대료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친구가 젊은 20대 초반 때부터 다니던 대형 카페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사업을 하기 위해 매물을 보러 다닌다. 생각보다 임장부터가 무수히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다. 거주지에 따른 손님들의 기호부터 주변에 위치한 같은 업종의 수와 권리금 및 임대료까지 말이다. 어떤 일이든 잘 해낼 친구이기에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터를 잡은 그 지역 역시 재개발이 진행되어 주민들의 안목이 치솟았다고 한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대도시의 교외화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대도시일수록 그 도시를 중심으로 거주 지역이 확산하는 현상이 대두되며, 이에 따라 교외 지역에 인구가 몰리고 대거 발전하는가 한편 경제적인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은 도심의 끝으로 밀려나게 되면서 낙후 지역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망원동, 문래, 을지로 등 한 공간에서 다양한 트렌드의 흐름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러나 한편 누군가에겐 작은 동네 점빵 앞에 몰린 관광객들처럼 내가 '성가진 존재'가 되지는 않을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득 친구의 창업 고민을 함께해 주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날이 발전하는 AI는 편리성 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어느 한 물질에 이점이 있으면, 그에 맞는 양면성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 외 차마 보이지 않는 본질적인 핵심까지 파고드는 일이야 어쩌면  받아들임에 있어서 반드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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