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리 Jul 03. 2023

장마의 시작, 그리고 우리의 이별

사랑, 그리고 이별을 온전히 마주하며 

언젠가 글을 쓰는 나에게 그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보라며 이야기를 건넨 적이 있었다. 그때는 막연히 결혼을 준비하는 우리 둘만의 고충과 설렘을 주제로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그의 머릿속에서 내가 스치게 된다면 이 글을 그가 보게 될 수도 있겠지. 그럼 난 결단코 우리의 이별이 녹록지 만은 않았음을, 거친 자존심 세우지 않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아프고, 아팠기에 지금 이 글까지 쓸 수 있었음을 말해주고 싶다.




"네가 헤어지자고 해도 나는 너를 절대 놓지 않을 거야."

라던 그의 말은 쉽사리 무너졌다. 걷잡을 수 없는 폭풍이 몰아쳐 작은 생각의 틈조차 주지 않고 심장을 빠르게 할퀴고 지나간 그날 밤. 시간을 갖자던 나의 말에 그는 다음날을 준비하기 위해 잠들어버렸다. 



그가 자는 동안 나는 우리가 그려왔던 지난날들에 대해 곱씹어 보고 앞으로 준비하게 될 미래를 놓아주어야 했다. 잔정과 미련 그 사이 어디쯤 형용할 수 없는 무수한 감정을 겪어내는 나로서는 이별을 먼저 고하는 일이 어려웠다. 분명 미련과 잔정 그 사이 소용돌이쳐 벅차오르는 수많은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싸워야 하는 게 나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내 모든 감정을 전가하고 싶었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만남 그리고 사랑의 형태를 회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랑의 결핍을 느끼지는 않았으나 결국은 나를 먼저 놓아버린 그에게 나의 감정을 호소하는 것은 투정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회피보다는 직면을 투정보다는 이별을 고했다.









언제쯤 내가 무던하게 이 글을 기록하며 투고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생각보다 이별한 후 나를 찾고자 부단히 노력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날들을 계속 마주하면서 이 사람이 생각보다 나의 삶에 짙게 깔려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불쑥 그의 이름이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는 나를 마주하는 날이면 좋지 않았던 마지막 순간을 끄집어 내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난 여전히 아직도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이별을 하면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없기에 상대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라는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잘 살아내고 있을 사람을 죽음으로 단정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다시는, 두 번 다시는 마주할 수 없을 그의 얼굴, 그의 온기는 이별이라는 말이 어쩌면 너무 가볍게만 쓰이는 단어가 아닐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오늘은 살아내면서 청춘을 기록하고자 마음을 먹으며 브런치를 시작했다. 사랑만이 내 삶을 가득 채울 수 없음은 분명하지만 사랑 없이 내 삶이 기록될 수 없음 역시 깨달았다. 2023년, 장마의 시작과 함께 여전히 어려운 이별의 무게를 감당해 내고 있는 오늘. 나와 같이 사랑의 연장선에서 매듭이라는 이별을 경험하는 모든 이들과 새로운 만남 그리고 때로는 심장이라는 단어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벅찬 사랑을 기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글이 되기를 바라며 온전히 '사랑'에 대한 글을 적어 내려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