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al:asia' review note
장호기 감독의 '피지컬:아시아'는 친구 결혼식 때 오랜만에 뵙게 된 하객친구의 아버님에게 추천해 드릴 정도로 기대가 컸다. 시즌 1, 피지컬 100부터 꾸준히 봐왔었기에, 친숙한 김동현, 아모띠, 윤성빈, 장은실, 그리고 처음 보게 된 최승연과 김민재까지 한국 최고의 체력과 타고난 신체 능력을 가진 스포츠 선수들 때문이었다.
관전 포인트는 감독이 "아시아 대표 8개국의 국가대표급 '피지컬'을 보유한 선수들을 어떻게 요리하느냐"였다. 워낙 힘든 미션들로만 구성된 이전 퀘스트를 떠올라서 그런지, 유튜브로만 봐도 엄청난 괴력을 뿜어냈던 윤성빈도 뻗게 만든 미션들이 한 그득 일 거라 예상했다.
매 퀘스트 미션마다 정주행 하면서 본 소감은 아무래도 다른 나라 선수들의 엄청난 괴력과 신체 피지컬의 압도력이었다. 특히 호주의 에디라는 파워 스트렝스맨 선수가 출전한 종목(케틀벨 달린 모래주머니 넘기기)은 한국의 아모띠와 필리핀의 파퀴아오 대신 출전한 선수 힘보다 압도적이었다. 그 선수는 아주 가볍게 16KG 이상의 모래주머니를 허공(천장?)으로 집어던지는 데 반해, 그 체력 좋은 아모띠도 서너 번 실패할 위기가 있었다. 그때, 한국이 이 퀘스트에서 떨어지는구나 하고 체념했었는데 일주일 지난 뒤 방영한 결과는 반전이었다. 아모띠 선수가 왜 피지컬 100 시즌 2에서 우승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실 필리핀의 출전 선수도 철인 3종 경기로 체력이 좋고, 더군다나 헬스로 몸까지 다져졌는데 키가 아모띠보다는 작아서 그런지 체력의 한계점이 왔을 때, 모래주머니의 무게보다 넘겨야 하는 높이의 한계에서 극복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혹자는 호주의 에디라는 선수가 너무 멀리 던지는 바람에 필리핀의 선수가 그걸 주우러 가는 데 체력소모가 있었을 거라는 말도 있지만, 한국 팀으로서는 어쨌든 운이 좋은 위치였다.
한국은 연이어서 결국 몽골과 맞대결하는 파이널 퀘스트까지 진출했다. 운도 운이었지만, 그 가운데 팀장인 김동현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몽골과의 첫 번째 퀘스트에서 대결한 종목은 세 레일의 각기 다른 무게의 중량 박스를 서로 누가 멀리 밀어 놓느냐였다. 3라운드 대결 전에서 1라운드는 몽골이 힘의 우위로 이겼다. 첫 번째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그때까지도 쉴 새 없이 전술에 대한 얘기와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했던 김동현 선수가 이번에는 갈팡질팡하지 못했다. 개인 인터뷰에 나온 팀원들도 이번에는 전술이 뭔지 감을 못 잡고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고, 김동현 선수 본인도 본인은 모든 경우의 시나리오를 전부 다 계산해 보는 성격이라 결론을 못 내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1라운드는 졌지만, 2라운드는 팀원들(성빈, 아모띠)을 다른 레일로 미리 보내는 작전으로 유동적인 전술을 펼쳤고 특히, 김민재가 힘을 주는 타이밍에 함께 밀면 중량 박스가 상대편으로 밀어진다는 것을 눈치챈 윤성빈이 이를 알고 이 호흡에 맞춰서 300KG의 박스를 몽골팀보다 3라운드까지 더 많이 밀어버릴 수가 있었다.
3라운드에서 몽골 팀이 300KG 레일에서 본인들이 한국에 힘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시간이 촉박해지자, 가벼운 중량이 있는 레일 쪽으로 일원 중 한 명을 보냈을 때 한국 측도 윤성빈이 가서 그 레일의 박스를 못 넘어오게 막았다. 그리고 그 박스를 막던 몽골의 선수가 다시 중앙의 300KG 레일로 뛰어가자 윤성빈도 따라 재빨리 중앙의 레일로 달려갔는데, 그 타이밍에 다시 몽골에서 힘이 센 어르걸 (어르헝 말고;) 선수가 윤성빈이 손을 뗀 박스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윤성빈은 이것을 보지 못했고, 대신 이를 감지한 김동현이 아모띠를 불러 어르걸 선수가 달려든 박스로 가서 밀게 했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의사소통이 우리는 팀으로 일할 때, 얘기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고맥락(High-context)'사회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아시아인들은 보통 설명이 짧다. 그런데 알고 있더라도 충분히 가이드를 해줘야 하는 '**저맥락(Low-context)'사회가 대부분인 서구권 문화에서는 자잘한 것도 전부 알려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김동현 선수가 이걸 정말 잘 해냈다. 한국인이라면 쉽게 간과하는 부분인데, 팀장으로서 역할이 아니라, 김동현 격투기 선수로서도 순간적인 판단력이나 경기 중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소통 능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 대목이었다.
물론, 윤성빈이 배틀 로프 릴레이 퀘스트에 출전하기 전 작전타임에서, 한국은 이 종목은 버리는 카드를 내놓자는 전략을 내세우지 않았으면 다음 퀘스트에서 한국의 출전 보장도 없었을 것이다. 다음 종목인 1,200KG 기둥 돌리기나, 성 점령 퀘스트 전에서 씨름 선수 김민재의 괴력이 없었다면, 일본처럼 미션 완수도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현이 전략적 사고(다음 게임 시나리오에 대한 구상과 다양한 전술 구상)라는 첫 밑밥(유튜브 영상에서 그의 주특기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됨;)을 깔지 않았다면, 다른 팀구성원들의 의견도 없었을 것이다. 그냥 본인이 가진 피지컬만을 믿고, 최선을 다했다면 한국보다 단연코 피지컬이 우세했던 호주나 튀르키예를 이길 수 있었을까?
'피지컬:아시아'가 넷플릭스판 올릭픽을 만들기 위한 구상으로 출전국가들의 스콥(Scope)을 확대해 나갈 거라는 예상이 되는데, 단순한 피지컬 게임을 하자는 취지가 아닐 것이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화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에서는 시즌1부터 계속 반복된 '완벽한 피지컬의 비밀을 탐구하는...' 말이 나온다. 대강 해석하면, 결국 이면의 강점(두뇌)을 테스트하고자 함이다. 이 두뇌의 능력으로 강인한 피지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활용할 줄 아는 게 사실 이 프로그램이 갖는 취지가 아닐까?
* 참고로 김동현은 필자의 해병대 선임이다. 나보다 두 살이 많아서 800자 후반의 해병 수색대 출신이던데, 본인은 그냥 해병대 병 출신(공정강하대대)이다. 그리고 아모띠(실명:김재홍)는 나보다 한 참 뒤인 1100자 해병 수색대 출신이던데, 어쨌든 둘 다 해병대에서 한솔밥을 했었구나 해서 좀 더 큰 응원과 지지를 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