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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o Jan 05. 2022

딸 소피, 발리 비치 클럽에서 친구를 만들다.

발리한달살기

2020.01.10


(지난 편에서 이어집니다.)


Artotel beach club은 우리 삼대 모녀가 발리에서 처음으로 가본 비치 클럽이었다. 발리는 열대의 더운 기후를 즐기는 관광객의 섬인 만큼 굉장히 다양한 비치 클럽이 있었다.



발리의 다양한 해변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하고 인지도, 가격도 다양한 발리의 비치 클럽들.

발리 안 가본 사람들도 알 만큼 세상 유명한 비치 클럽인 Finns club부터 약간 로컬 맛집 같은 사누르의 Artotel beach club까지.. 우리는 발리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많은 비치 클럽을 방문하였는데 어디든 기대했던 수준 이상이어서 늘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해변 레스토랑 이름에 '비치 클럽' 붙어 있지 않더라도 유명 비치 앞 음식점들은 작은 pool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몇 차례 수영복이 없어서 수영은 못해! 밥만 먹자고 했더니 그 후 초1 딸 소피는 밥 먹으러 갈 때마다 습관처럼 자신의 수영복과 여분의 옷을 챙겼냐고 물어댔다. 



발리에서 저녁을 먹으러 갈 때 필요한 건 뭐다? 

네.. 수영복입니다..




애니웨이, 발리에 도착한 지 이틀째 부싼할매 최여사 나 초1 딸 소피가 방문한 사누르의 Artotel beach club (아르토텔 비치클럽)은 굉장히 키즈 프렌들리 한 곳이었다.




핀스 (Finns) 비치 클럽 같은 고급 비치 클럽의 경우 꽤 비싼 입장료, 풀 베드 비용을 받지만 Artotel beach club 같은 소박한 발리 비치 클럽은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고 각 카바나당 삼만 원 이상의 음식료를 시키면 비치클럽안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부싼 할매 최여사는 처음에는 비치 클럽이라는 컨셉을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 평생 사는 동안 수영장에 가면 수영장에 가는 거고, 밥 먹으러 가면 밥 먹으러 가는 거지 어떻게 먹고 마시면서 수영도 하니?? 호텔도 아닌데?? '




엄마는 또잉? 이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포악한 보스 기질 ENTJ딸이 '아 됐고!! 빨리 나가자고' 닦달하니 자신의 수영복을 주섬주섬 챙겨서 마뜩잖게 따라나섰다.



“아니, 여기 우리 집도 수영장도 크고 그냥 집에서 뭐 어제 먹었던 맛있는 박소나 싸게 시켜먹고 그냥 집에서 놀지, 뭐하러 또 나가노?
비치 클럽인가 뭔가 비싼 곳 아이가??”



평생 집밥이 제일 싸고 건강하고 맛있다는 것을 설파하고 다닌 40년 집밥 요리의 대가 최여사는 외식에 돈을 쓰는 것을 세상 아까워했다. 그렇지만 옷과 가방을 대할 때는 꽤나 진심이시라 발리 여행 오기 직전 몇 차례 플렉스 하시더니 백화점 vip를 획득하셨다. 그리고 이 사실만큼은 아부지께 비밀이라고 여행 내내 신신당부를 했다.




이렇듯 다소 극단적인 소비 선호도를 가진 부산할매의 눈에는 호텔, 외식, 카페, 비치 클럽 이런 건 돈 쓰기 아까운 사치스러운 곳으로 낙인이 찍혀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발리 한달살기를 하면서 60 평생 가져온 선입견이 조금 바뀌셨는데 특히 비치 클럽의 가성비를 경험하면서 나중에는 본인이 먼저 이런 말씀을 꺼내셨다.




오늘은 비치 클럽 가서 아(애) 놀게 해 주고 우리도 편하게 밥도 묵고 수영도 해 뿌자!





울 엄마 입에서 비치 클럽에서 밥 묵자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이렇듯 발리 한달살기를 같이 하면서 30년 넘게 보던 엄마가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Artotel beach club는  우리 숙소에서 1KM 정도 떨어진 사누르 비치의 위쪽 시작점에 위치한 곳으로 이전화에서 소개드렸듯 역시 숙소에서 그랩 앱을 이용해서 그랩 택시를 불러서 5-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Artotel beach club 안에 들어서자 친절한 직원이 우리를 맞이하였고 내부로 들어가자 꽤 큰 동그란 수영장과 키즈그라운드가 펼쳐진 풀밭이 보였다.




비치 클럽은 해변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해변에는 썬베드나 카바나에 누워서 음식을 먹고 술과 음료를 마실수 있고 약간 안쪽에는 수영장이 있으며 또 다른 한편에는 바와 식탁에서 식사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 있었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카바나에 누워서 쉴 수도 있고 바다에 수영하다가 풀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

최여사, 나, 소피는 누가 뭐래도 바다를 볼 수 있는 카바나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Artotel beach club



오후가 되면서 사누르의 하늘은 약간 흐려지고 있었다. 날이 워낙 뜨거운 발리여서 오히려 해를 가려주는 구름들이 나는 반가웠다.



소피는 Artotel beach club에 들어선 순간부터 신이 나서 수영장에 뛰어들고 싶다고 발을 동동거리기 시작했다.



“혼자 수영장 들어가면 안 돼! 위험해! 엄마 음식 주문하고 같이 들어가자” 



Artotel beach club 음료

 



메뉴판을 펼쳐보니 딱 먹기 좋은 피자 콤보세트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1+1 해피 아워 시간이 곧 다가 오니께,  본격적인 맥주는 그때 시키기로 하고 우선 피자 콤보세트와 음료 그리고 발리의 국민 맥주 빈땅  한 개만 시켰다.



비치 클럽이 처음이라 신기한 눈이 된 소피, 최여사와 함께 우리 삼대 모녀는 Artotel beach club을 탐색하러 나섰다. 신이 난 소피는 바로 수영장에 뛰어들었고, 수영 고급반까지 마스터한 최여사는 이번 기회에 소피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고 싶어서 옆에서 발차기부터 해보자며 살살 꼬시기 시작했다.



“앙~ 할머니 시러 귀찮아! 나 놀게 내버려 둬~~”



8살 소피나 60살 최여사가 어린아이처럼 수영장에서 발장구를 치며 놀기 시작하는 것을 눈에 담은 후 나는 잠시 누워서 책을 보기로 결정. 한 달에 10권에 가까운 책을 읽는 다독가인 나는 가능한 다양한 공간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공간이 바꾸어 주는 독서의 힘이 꽤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늘에 누워서 보는 책이 제일 맛있어한다. 여기에 맥주를 곁들여 주면 취중 독서가 되면서 나만의 완벽한 휴식시간이 시작된다.



이렇게 한참 책을 빠져있는데 나의 넓은 챙 모자 밖에서 울먹이는 귀여운 목소리가 들렸다.



“... MOMMY???”



내 딸 소피가 발리에 오자마자 통역기 버튼을 켠 것처럼 영어로 나를 부를리는 없고, 잘못 들었겠거니.. 하고 다시 책에 집중하는데 연달아 들리는 소리.



“엄마!!!”




어우! 이번에는 밤에 자다가 들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선명한 내 딸 소피의 목소리가 맞다!



급히 책에서 눈을 떼고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초1 내 딸 소피가 5살쯤 된 까무잡잡한 혼혈 여자아이 손을 잡고 있었다.



눈이 땡그래진 나는 “이게 무슨 일이야?”라고 물었다.



“엄마! 내가 신나게 수영하고 있는데 얘가 막 울고 있는 거야!! 그래서 아무리 왜 우냐고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하고.. 내가 답답해 가지고!! 진짜!!
근데 얘가 mommy라는 거야! 그거 엄마 맞지?

그래서 내가 엄마한테 데리고 온 거야!!”



푸핫;;; 진지하게 말하는 8살 소피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당시 발리 한달살이 하기 전 겨우 파닉스를 배운 소피는 영어는 전혀 할 줄 모르고 간단한 마미, 대디, 기브 미 워터 요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울고 있는 외국 어린이에게 영어로는 한마디도 못하고 한국말로 나름 친절하게 “너 왜 울어? 넘어졌어? 어디 아파?” 하고 물었던 것이다.



 길 잃은 5살 외국 아기가 한국말을 알리가 없고.. 이 길 잃은 아이가 울면서 mommy mommy~~ 하고 말하니, 우리의 오지라퍼 소피양은 아! Mommy! Mommy는 내가 알지! Mommy는 우리 엄마잖아! 하고 나에게 데리고 온 것이었다.



발리 한 달 살기 전 약간은 급한 마음으로 영어를 가르치면서 “mommy”라는 카드가 나오면 나를 가르치면서 “mommy”라고 알려주고 “daddy”가 나오면 남편을 가리키면서 “daddy”라고 했더니 mommy는 나를 칭하는 말이라고 귀여운 착각을 한 내 딸 소피!



“소피, 이 어린이는 자기의 mommy를 찾고 있는 거야;;
소피의 엄마한테 데려오면 안 되는 거야;;;”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상황.



비치 클럽 직원을 불러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 길 잃은 아이의 엄마를 찾아 달라고 얘기하였다. 직원은 오! 알겠어요! 하면서 아이를 인도하여 갔고 마침 화장실에 있다가 나온 아이의 엄마가 “Gabriel!!”하고 아이를 안는 것까지 보니 안심이 되었다.



소피는 “어휴, 여기 사람들은 도통 한국말을 알아듣지를 못하네!” 중얼거리며 피자를 입에 넣었다. 

엄마! 그래도 나 착한 일 한 거 맞지? 엄마? 착한 일 스티커 주세요!”

그 와중에도 칭찬 스티커는 꼭 챙기는 8살 언니 소피였다.






8살짜리 한국인 언니 손잡고 낯선 한국인 엄마에게 와서 “mommy?”라고 부른 편견 없는 외국 어린이 5살 가브리엘도 귀엽고 말도 안 통하는 낯선 외국에서도 나름 도움의 손길을 뻗어준 소피의 마음도 참 고마웠다.



우리 최여사는 뭐했냐고?



당시 최여사는 약간 떨어져서 수영 장안에서 파워 발차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피가 외국애랑 얘기하면서 손잡고 가길래 아, 소피한테 외국 친구가 생겼나 보다 생각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삼대 모녀와 가브리엘 제각각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순간이었다.



아 참 최여사의 추측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게 되었다.



피자를 든든하게 먹은 우리 소피는 풀밭의 키즈 그라운드로 뛰어갔고 거기서 자신의 엄마를 찾은 후 울음을 그친 채 씩씩하게 놀고 있던 5살 gabriel에게 한국말로 신나게 말을 걸었다. 5살 gabriel은 영어로 조잘대면 8살 소피는 한국말로 대답하고, 두 어린이는 서로 말이 통하지도 않는데도 마음은 통하는지 같이 통나무로 된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며 신나게 놀며 어느샌가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소피,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야, 가브리엘에게 say goodbye! 하세요”



이번에는 소피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가브리엘이랑 더 놀고 싶은데..ㅠ 엄마 미워..” 그래도 가브리엘에게 가브리엘이 알아듣는 말로 인사를 해야겠다 싶었는지 소피는 가브리엘 손을 잡으며 진지하게 작별인사를 했다.



“가브리엘!  Say goodbye!”



푸핫,,, 소,,, 소피;;;; 그냥 goodbye라고만 하면 돼;;; 허허허;;;;

지금 네가 Say goodbye라고 하면 잘 있어가 아니라 가브리엘한테 ‘안녕이라고 말해! ‘한 건데… 아니야 됐다. 인사했음 됐어!


어리둥절한 표정의 가브리엘은 새로 생긴 한국인 친구 내 딸 소피를 보며 귀엽게 goodbye!라고 대답했다.



우리 소피 이제 곧 시작할 발리 영어캠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는 엄마 보보였다. 3일 있음 시작할 소피의 발리 영어캠프, 그때가 되면 또 그때 잘 헤쳐나가면 되지! 그전까지는 아무 생각하지 말고 엄마와 할머니랑 발리에서 실컷 놀자!

결심하며 발리의 비치 클럽을 나섰다.








역병이 돌기 직전 발리에서 한 달 살고 온 삼대 모녀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브런치 글의 진도에서는 발리 도착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네요.

엄마가 아무 생각 없이 블로그, 인스타 광고로 예약한 내 딸 소피의 발리 초등영어캠프의 대환장 파티 이야기도 곧 펼쳐집니다. 저의 발리 여행기 계속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매주 수요일에 글이 올라오니 많이 봐주세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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