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온 지 24시간. 방문을 열어 놓고 불을 꺼줬더니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했다. 소리가 많이 나는 현관 쪽까지만 겨우 기웃거리더니, 그다음으로 소리가 크게 나는 화장실을 넘보더라. 식탁 의자들 사이를 요리조리 다니다, 부엌에서 한참 구석구석 살피더니 과감히 진출. 밥솥에 관심을 갖는가 싶은 것도 잠깐, 안방 문을 뚫어져라 보길래 냉큼 문을 닫았더니 실망하고 거실로 직행. TV 화면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 달아났지만 직선코스는 이렇게 섭렵했다. 발 가는 곳이 늘어날 테고 망가뜨려 놓는 곳도 그만큼 셀 수 없어지겠지. 호기심이 기특하고 적응력에 고맙지만, 엄연히 고양이 모시기의 막이 열리는 순간이다.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