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2
어젯밤 늦게까지 번쩍이던 번개도 잠잠해지고 오늘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시동생이 퇴원을 하는 날이어서 시동생 강아지에게 오늘 엄마 온다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신나는 일이라는 양 말해뒀다. 시동생 시아버지께서 시동생을 보러 온다고 하셔서 방문객 2명까지만 되는 병원 정책상 남편은 집에서 하루 쉬기로 했다. 어차피 오늘 저녁이면 퇴원할 테니까 오늘 하루 정도는 쉬면 좋겠다 싶었다.
아침부터 배가 고파서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남편이 시동생이 처음 이 지역에 이사 올 때 우리가 온 적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게 어연 5년 전이어서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기억이 안 났다. 카페 한쪽 벽면에 그려져 있는 할머니 얼굴을 계속 보니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가... 만들어진 기억인가 싶다가... 기억이 잘 안 났다. 그래서 더 일기를 꾸준히 써야지 싶었다. 하루하루가 속절없이 흘러가고 내 일이었는데도 내가 기억을 잘 못 하고 그래서 없던 일이 되어 버리면 어딘가 쓸쓸하지 않나. 나라도 나중에 돌아보며 그때 그랬었지, 하고 내 일상을 추억하고 싶다. 일기를 꾸준히 쓰기로 한 것은 책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고 영감을 받은 것도 있고, 엄마가 어느 날인가 이순신 장군이 매일 일기를 썼는데 어떤 날은 그저 날씨가 어땠다, 만 적혀 있는 날들도 있다고 한 것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그날 있었던 어떤 일이라도, 그저 그 날의 날씨 같은 작은 일이어도, 매일 기록으로 남겨두면 그게 사료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위스콘신의 Yola's Cafe. 음식은 다 맛있었고 특히 피치바나나 스무디와 사이드로 시킨 감자가 맛있었다.
아주 배부르게 먹고 집에 돌아왔다. 며칠간 여행으로 피로가 쌓였기 때문에 낮잠도 자고 잠시 집 사는 문제로 남편과 얘기를 하고 저녁은 시동생이 퇴원하면 다 같이 부대찌개를 해 먹자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시동생 강아지 밥이랑 물, 간식도 잘 챙겨주고 잠깐씩 인형으로 놀아주고 뒤뜰에서도 놀아주고. 그렇게 시동생 퇴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동생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시동생이 약을 맞고 나서 메스꺼움이 계속 돼서 오늘 퇴원하는 건 좀 힘들 것 같다고. 냉장고에서 시어머니가 지난번 방문 때 만드신 전복죽과 인스턴트 전복죽을 찾아서 남편 편에 들려 보냈다.
시동생 강아지는 엄마가 오늘 못 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아서 산책을 다녀오니 남편도 그새 돌아와 있었다. 전날에 들려 보낸 닭갈비는 너무 많이 담았는지 남겼는데 많이 미안해했다고 한다. 사실 담으면서도 너무 많은가 싶었는데 미안해할 줄 알았으면 적게 보낼걸 그랬다. 시동생과 함께 먹으려던 부대찌개를 남편이랑 둘이서 먹고 그렇게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 아침에는 꼭 퇴원 잘하겠지. 시동생과 남편이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리라 생각한다.
내일은 원격 근무로 출근을 하는 날이다. 3일만 휴가를 냈는데 그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오래 쉰 것 같은 느낌이 든다.